마음의 도량을 키우는 해
“전체주의 체제라는 건 국가권력이 사회 전체에 모세혈관처럼 퍼져 나가서 사생활 영역이 거의 없어진 상태를 가리킵니다. … 전체주의와 독재의 차이는 바로 사생활 개입 여부입니다.”(고종석, 2014, 151~153)
‘배치’는 <천 개의 고원>을 떠받치고 있는 개념적 토대이자 전략적 거점이다. 이 배치 개념을 이해하려면, 배치의 요소라 할 ‘기계’라는 독특한 개념에 먼저 익숙해져야 한다. 들뢰즈는 각종 생명체들을 포함해 모든 개체들을 두고 ‘기계’라고 부른다. 왜 기계인가. 다른 것들과 접속함으로써 그 자신의 속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개체들은 각자 변치 않는 단일한 속성을 지닌 단독체가 아니라 다른 것들과 어떤 식으로 연결되느냐에 따라 성격이 달라지는 존재다. 가령 ‘혀’를 예로 들어보면, 혀-기계는 관계의 성격에 따라 ‘거짓말하는 혀’가 되기도 하고 ‘맛보는 혀’가 되기도 하고 ‘사랑하는 혀’가 되기도 한다. 기계는 접속을 통해 기능이 규정되는 존재인 셈이다. 이 기계들이 접속하여 선을 이루고 나아가 면을 이루면, 그 장을 가리켜 ‘배치’라고 한다. 기계들의 배치가 말하자면 ‘기계적 배치’다. 그러나 배치에는 ‘기계적 배치’ 외에 ‘언표적 배치’도 있다. 야구경기를 예로 들어보자. 야구는 야구장에 심판과 선수가 모여 공과 글러브와 방망이를 들고 하는 경기다. 이 배치가 바로 기계적 배치다. 동시에 야구가 성립하려면, 규칙이 있어야 한다. 그 규칙이 바로 ‘언표적 배치’다. 이 기계적 배치와 언표적 배치가 합쳐져 야구경기를 성립시킨다. 세계란 기계적 배치와 언표적 배치가 합쳐진 장이다.
들뢰즈는 배치를 이루는 모든 기계를 가리켜 ‘욕망하는 기계’라고 말한다. 이때의 욕망은 ‘차이를 생성하는 의욕’을 뜻한다. 들뢰즈는 모든 개체에 이런 의욕이 있다고 본다. 그러니까 모든 개체의 존재양식은 ‘차이생성’이다. 스스로 변화하고 달라지는 종결 없는 과정이 개체들의 운명인데, 이 차이생성의 일시적 응결 형태가 존재이고 동일성이다. “동일성의 섬들은 차이생성의 바다 위에 구성되고 해체된다.” 이 욕망하는 기계들의 배치는 그 욕망 때문에 끝없이 변화할 수밖에 없다. 배치가 만들어지는 것을 ‘영토화’라고 하면, 그 배치가 풀리는 것이 ‘탈영토화’이고, 그 배치에서 벗어나는 것이 ‘탈주’다. 욕망이 있는 한 기존의 배치를 뛰어넘으려는 움직임은 멈추지 않는다. “우리는 다른 삶, 다른 존재방식, 지금의 나를 규정하고 있는 울타리 바깥을 꿈꾸게 된다.” 이때 “그 배치를 바꾸고 싶은 욕망, 그 욕망은 우리의 삶을 지탱해주는 생명의 불꽃과도 같은 것이다.” 이렇게 다른 삶으로, 바깥으로 이행하는 것을 두고 들뢰즈는 ‘되기’(becoming)라고 부른다. … “되기론은 동일성의 고착, 그리고 그렇게 고착된 동일성들 사이에 성립하는 차이의 윤리를 극복하기 위한 사유다.” ‘흑인 되기’ ‘여성 되기’ ‘아이 되기’ ‘장애인 되기’가 되기의 구체적인 모습이다.
_ 고명섭, 2008. 10. 24.
John 17:14 ESV
I have given them your word, and the world has hated them because they are not of the world, just as I am not of the world.
Hebrews 11:13 ESV
These all died in faith, not having received the things promised, but having seen them and greeted them from afar, and having acknowledged that they were strangers and exiles on the earth.
Philippians 3:17-21 ESV
Brothers, join in imitating me, and keep your eyes on those who walk according to the example you have in us. For many, of whom I have often told you and now tell you even with tears, walk as enemies of the cross of Christ. Their end is destruction, their god is their belly, and they glory in their shame, with minds set on earthly things. But our citizenship is in heaven, and from it we await a Savior, the Lord Jesus Christ, who will transform our lowly body to be like his glorious body, by the power that enables him even to subject all things to himself.
12월 한 달 읽은 히브리서는, 인생의 행로 전환을 지지하는 믿음의 간증이었다. 강해지기 원했고 강해지기 원한다. 강함은 무엇인가. 높은 곳이 아니라 다른 길이다. 이방인의 삶, 이것이 탈주다.
Labor Conditions in Social Commerce
“그루폰코리아는 문을 닫지만 그루폰은 한국에서 계속 장사한다. 그루폰은 2013년 11월 ‘한국시장 공략 강화’를 내세워 또다른 소셜커머스 업체인 티켓몬스터(티몬)를 2억6000만달러에 사들였다. 그루폰코리아 폐쇄를 발표하기 직전인 2월 말 티몬은 신입사원 모집 공고까지 냈다.”
“쿠팡맨의 근무 조건은 다른 택배업체에 비해 우월하다. 대다수 택배업체의 배달원이 월급 가운데 유류비, 자차 운영비 등을 뗀 200만원 남짓을 가져가는 현실을 감안하면 그렇다. 쿠팡맨은 1t 배송 차량과 유류비 지원 이외에 260만∼350만원을 월급으로 받는다. 수습 기간인 첫 3개월 동안은 월 310만원을 온전히 받고, 이후에는 기본급 260만원과 안전수당 50만원으로 나누어 배송 중 사고가 나거나 상품이 파손되는 경우, 안전수당 내에서 차감한다. 3개월간 무사고 인센티브를 적립하면 네 번째 달에는 40만원을 추가로 지급받는다. 쿠팡맨은 6개월 근무 후 업무평가를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되거나 계약을 연장한다. 내규에 따라 계약 연장 횟수는 세 번으로 제한돼 있다. 18개월 동안 정규직 전환이 되지 못하면 퇴사 처리된다.”
“전혜린에게 뮌헨에 대한 그리움은 단지 ‘먼 곳을 향한 그리움Fernweh’이었을 뿐만 아니라 ‘고향을 향한 그리움Heimweh’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사대주의가 일종의 노스탤지어(향수)라고 말한 러시아 출신의 미국인 비교문학자 스베틀라나 보임Svetlana Boym의 생각을 떠올리게 합니다. 보임에 따르면 노스탤지어는 경험공간과 기대지평이 일치하지 않는 근대적 시공간관의 산물입니다. 전혜린의 기대지평은 뮌헨의 슈바빙 구역에 있는데, 그분이 귀국한 뒤 현실적 경험공간은 한국에 있는 거지요. … 솔직히 전혜린의 문장은 형편없습니다. 이국적 취향의 단어들을 점점이 박았을 뿐 문법적으로 단정하고 깔끔한 문장, 기다란 울림을 주는 성찰적 문장이 거의 없어요.”
_ 고종석, 고종석의 문장2, 알마, 2014, 120~121쪽.
“단 한 번의 거짓말이라도 곧 눈덩이처럼 커진다. 혼자 감당하면 좋으련만, 거짓은 전염된다. 특히 청소년들은 사회 지도층의 공공연한 거짓말을 접하며 사회에 대한 냉소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 더 위험한 것은 사회 지도층의 거짓말이 처벌받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사이 청소년들은 냉소적 태도를 지나 거짓의 맛을 경험하게 된다. 거짓의 전염이 위험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장동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