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배고파?
…… 아니.
졸려?
…… 아니.
그럼 내가 만화책 빌려 올 테니까, 그때까지 자살하지 말고 있어!

띠동갑 동생은 잠옷 바람으로 눈길을 걸어
아직 망하지 않은 만화대여점에 가서
『천재 유교수의 생활』을 빌려 왔다.
우리는 방바닥에 엎드려 만화책을 봤다.
눈이 아하하하하하 쏟아졌다.

그 후 이십 년, 이 만화는 아직도 연재가 안 끝났다. 그건 그렇고,

내 동생을 괴롭히는 자는 처참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가신 이들에게 이 시집을 바친다.

2018년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