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카이대학 의학부 출신 이비인후과 전문의 하기노 히토시. 그가 2018년 출간한 <수수께끼같은 귀막힘병 스스로 치료한다>를 읽고 일부 발췌한다.

23. 이관은 약 3.5cm가량의 긴 관으로 코 안 쪽의 상인두(목 윗부분)로 연결된다. 이관은 평소에는 닫혀 있는데, 침을 삼키거나 하품을 하면 일시적으로 열린다.

25. 이관이 항상 열려 있으면 코나 입을 통해 들어온 공기가 이관으로 들어가게 된다. 공기가 들어간다는 것은 그곳으로 소리도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27. 이관이 항상 열려 있으면 숨을 들이쉬거나 내뱉을 때마다 입에서 코로 흘러간 공기가 이관을 통해 중이로 들어가거나 나가게 된다. 이관개방증에 걸린 사람의 고막은 코로 들어온 호흡 때문에 팽창한다.

29~30. 이관개방증에 걸리면 ‘귓속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이명이나, 심장박동 소리가 귀에서 울려 들리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이명 증상이 있다면 이관개방증을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 … 많은 경우 이명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가 검사 결과 이관개방증으로 밝혀지기도 한다. 한편 이관개방증에 걸린 사람은 많은 경우 어지럼증을 동반한다. 이는 주로 ‘빙빙 돌거나’ ‘붕붕 떠있는’ 듯한 어지럼증인데, ‘빙글빙글 회전하는’ 느낌이 드는 경우는 많지 않다.

39. 많은 사람들이 과거에 체중 감량을 했다가 다시 원래 체중으로 돌아왔는데도 이관개방증을 앓는다.

45. 나의 임상 경험에 따르면 내시경으로 이관 인두구를 관찰했을 때 살이 찌면 이관도 두꺼워지는 일은 없었다.

48~49. 대부분의 이관개방증은 이관을 열고 닫는 조절을 할 수 없는 병이다. 결국 이관 개폐 기능의 조절 장애라고도 할 수 있다. … 이관개방증은 일부 환자의 경우 이관이 얇아지는 등, 모양의 변화, 즉 기질적인 변화가 발생한다. 하지만 모양의 변화가 증상을 유발하는 전체 원인이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관개방증은 이관을 열고 닫는 기능이 어떤 이유로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기능적인 장애이며, 기능 부전 즉 기능적인 질환이다. 내가 이관개방증과 이관협착증의 구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이관개방증과 이관협착증은 이관의 기능 장애라고 하는 한 가지 질병의 두 얼굴과도 같은 것이다.

52. 한의학에는 ‘미병未病’이라는 개념이 있다. 미병은 ‘반半 건강하지만 병으로 진행 중인 상태’를 말한다. 일본질병시스템학회의 정의에 따르면 ‘자각 증상은 없지만 검사에서 이상이 있는 상태’ 및 ‘자각 증상은 있으나 검사에서는 이상이 없는 상태’의 두 가지를 합쳐서 ‘미병’이라고 부른다. 이관개방증도 미병에 가까운 성격을 가지고 있다.

57. 이관개방증은 귀에만 국한된 이상이 아니라 우리 몸의 전반적인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생기는 증상이다.

58~59. 미병과 같은 몸의 미세한 변화에 대응하는 것은 한의학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서양의학의 기본이 대증요법에 있다면 한의학은 근치요법(원인요법)이라고 볼 수 있다. … 실제로 이관개방증을 치료하는 데, 한약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학회에도 보고되어 치료에 쓰이게 되었다. 우리 병원에서는 이관의 기능 저하 또는 이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여겨지는 심신의 증상(전신병)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으로 가미귀비탕을 비롯한 한약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커다란 효과를 얻고 있다. 또한 한약과 함께 치료의 축이 되는 것이 EAT(상인두찰과치료)라는 치료법이다. EAT는 목 안쪽에 있는 상인두 부분에 직접 염화아연 용액을 발라서 치료하는 방법이다. 한약 치료, EAT(상인두찰과치료) - 이 두 가지 치료법을 병행하면 저하된 이관 기능을 최대한 회복시킬 수 있다.

59. ‘낫다’는 말의 정의는 ‘병이나 상처 따위가 고쳐져 본래대로 되다’ 이다. … 이관개방증 치료법으로는 한의학이 적합하다.

64. ‘살이 빠지면 이관이 가늘어져서 결과적으로 이관개방증에 걸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는 살이 빠진 것은 단지 하나의 결과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살이 빠질 수밖에 없었던 마음의 피로(정신적 그리고 신체적인 스트레스)가 있었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67. 1)코 세척, 2)손톱 주무르기, 3)숙면, 4)코 훌쩍이지 않기, 5)격한 운동은 삼가기(계절에 적합한 운동하기), 6)스테로이드계 약에 의존하지 않기, 7)정제 복용은 신중하게 하기

70. 코 세척을 한 직후에는 코를 풀지 않도록 한다. 드물기는 하지만 중이염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75. 과다한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자율신경 중에 교감신경이 우위에 있는 상태가 이어져 결과적으로 무리를 하게 되므로 자율신경의 밸런스가 무너지게 된다. 이와 동시에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도하게 계속 분비되면 부신피로를 초래하게 된다.

77. 이관개방증이라는 병의 원인으로는 스트레스나 호르몬 밸런스 문제뿐만 아니라 냉증이나 혈류부전도 발증과 관련이 있다. 이관개방증 환자 중에는 겨울철이 되면 가벼운 동상이 나타나는 사람도 많이 있다. 동상이 나타날 만큼 몸이 차다면 틀림없이 혈류도 좋지 않은 상태일 것이다. 따라서 더더욱 몸이 차가와지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81. 유산소 운동 중에서는 30분 정도 걷기가 가장 바람직하다.

96.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두 가지 경로. [자율신경계] 시상하부, 교감신경, 부신수질, 아드레날린 [내분비계] 시상하부, 뇌하수체, 부신피질, 코르티솔

100. 교감신경이 우위에 있는 상태가 이어지면 혈관은 수축되고 혈류가 안 좋아져서 몸이 시리게 된다.

107. 가미귀비탕을 처방하는 이비인후과 의사 중에는 환자가 가미귀비탕을 2주간 복용했는데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약을 끊어버리기도 한다. 서양의학에 근거한 진료를 하는 의사들은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쉽게 약을 끊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효과가 없는데 1년이 넘도록 약을 복용할 필요는 없지만 복용하기 시작해서 4주가 지나서야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으므로 최소한 8주 동안은 투여를 하면서 경과를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109~110. 계지복령환의 주요 작용은 ‘어혈(혈액의 정체)의 개선’이다. … 이관개방증 증상의 바탕에는 혈류 장애와 냉증이 존재하기 때문에 어혈을 해소하는 한약을 쓰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이관개방증 환자를 치료할 때 가장 추천하는 것은 가미귀비탕이다. 하지만 가미귀비탕을 복용하고도 효과를 보지 못하는 사람도 물론 있다. 나는 이런 경우 가미귀비탕과 계지복령환을 병용하는데, 그 이유는 많은 경우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계지복령환은 남녀를 불문하고 냉증이 있거나 혈액순환이 잘 안되는 사람, 호르몬 밸런스가 무너진 사람에게 추천할만한 한약이다.

168~169.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한 고령 여성 환자의 경우다. 이 여성은 4년이 넘게 온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초진 당시에는 전철역의 계단도 오르지 못해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는 상태였다. 그런데 EAT 치료를 세 번 받고 나서부터는 전철역 계단도 거뜬히 오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에도 정기적으로 EAT 치료를 받은 결과 이명이 사라지고 만성 부비강염이 호전되었다. 그리고 목에 느껴졌던 위화감과 구내염이 좋아졌으며 감기도 거의 걸리지 않게 되어 원래 앓고 있던 천식 증상도 사라졌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폐렴에도 잘 안 걸리게 되어 화분증 증상도 약해졌다고 한다.

170. 병소질환이라는 개념이 있다. 병소질환은 몸 어딘가에 세균 감염과 관련된 염증을 가진 부위가 있는데, 그 염증이 생긴 장소와는 거리가 있는 다른 부위에 병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구강이나 비강, 인두에 염증(병소)이 생겼을 때, 이것이 면역계나 신경계를 매개로 온몸의 면역, 신경 기능에 영향을 끼쳐 결과적으로 구강이나 인두와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온몸의 다양한 곳에 질환을 일으키게 되느 것이다. … 상인두의 만성 염증이라는 병소가 있는데, 이 병소가 자율신경 실조뿐만 아니라 온몸의 근력 저하를 유발했던 것이다. 서 있기가 힘들었을 뿐만 아니라 성대와 이관을 둘러싼 근육도 약해져 각각의 기능을 저하시켰던 것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