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적으로 나는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습득해야만 했다. 학자로서 이론에 충실하거나, 예술가로서 현실을 초월할 수 있는 용기를 배우지 않는 한, 나는 더욱 기능적이고 전문적인 역량을 갖춰야만 했다. 법을 알아야 했고, 숫자를 알아야 했다. 사회인으로서 나를 개발해야 했으며, 사회에 절실히 필요한 이가 되기 위해 다시 한 번 총력을 기울여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이상과 능력의 격차를 최소화해야 했다. 어떤 경우에도 이상을 낮출 필요는 없었다. 단지 나의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야 했을 뿐이다.”(홍정욱, 2003: 274)

18대 국회의원(노원-병)이 된 홍정욱의 글을 새삼 꺼내 읽었다. 이로써 3번째다. 93년, 03년, 08년. 궁리/존양/역행을 함양하는데 있어,  그의 글 초판은 ‘존양’의 측면에서 중학생인 나의 학업을 독려했고, 대학원 시절 접한 개정증보판은 ‘궁리’의 측면에서 지적 자극을 선사했다. 그리고 30대에 들어선 지금 “7막 7장”의 홍정욱은 ‘역행’의 측면에서 - 리더십을 빙자한 자기계발서 마냥 - 꿈에 이르는 기예를 제시한다. 여러 모로 유익했다. 그러나 더 이상 ‘개인’이 아닌 ‘사회인’으로서 얻을 것이 없기에 또한 그의 야망이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지 않음이 자명하기에 재독(再讀)할 이유는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