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는 이러한 탁월함을 정면으로 부정하였다. 그의 철학적 사색은 삶의 현장에서 고도로 숙련된 절대적 단순성에 대한 순수한 부정성으로서 시작된 것이거니와, 이를 우리는 ‘無知의 知’라는 일견 인식론적 테제로 표현하나 사실상 이 테제는 숙련의 담지자가 지녀온 그리고 지니고 있는 집단적 개별적 정체성을 전적으로 부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삶과 그것에 결부된 앎 전체를 철저하게 再定位(reset)하고 그에 따라 재형성할 것을 요구하는, 일종의 존재론적 결단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 존재자가 처한 ‘사태의 현재상황’(staus quo)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우리의 앎이 ‘그저 있는 것’, 즉 純粹有에서 시작하여 존재자들을 연속적 하위범주로서 포섭하는(존재론), 또는 그것들을 초월하는(형이상학) 존재로 상승해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강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