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심리학자 스티븐 핑커(Steven Pinker(1954~)도 서머스를 편들었다. 그는 자신이 페미니스트라는 사실을 전제한 뒤 “다양한 실험들이 보여주듯, 평균적으로, 여성은 수학적 계산과 언어능력 등에서 남성보다 뛰어나고, 남성은 공간지각능력과 수학적 추론 면에서 앞선다. (…) 내 분야인 언어발달 연구분야에서 여성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기계공학 분야에선 남성들이 약진하는 건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 서머스의 발언을 성차별로 공격하는 건) 공정성(fairness)과 동일성(sameness)를 혼동한 결과다”라고 말했다.(WP, 2006.7.13) 논쟁이 격해지면서 핑커는 “베어리스는 과학을 오프라쇼(science to Oprah) 수준으로 격하시킨다”고 비난했고, 맨스필드는 그를 “정치적 얼뜨기(political fruitcake)”라고 조롱했다.(NYT, 2006.7.18)

베어리스는 미국의 4~18세 청소년 2만 명의 수학 성적을 조사한 결과 유의미한 젠더 차이가 없었다는 데이터, 여성과 소수자가 연구비를 타기 위해서는 남자보다 2.5배의 연구실적이 필요하더라는 조사자료, 전년 미 국립보건원(NIH)의 혁신과학자상(Pioneer Award) 심사위원 64명 중 60명이 남성이었고 수상자 9명 전원이 남성이었다는 사실, 서머스를 편든 하버드대 정치학자 하비 맨스필드(Harvey Mansfield, 1932~) 등이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감정적(덜 이성적)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서는, 분노에 의한 폭력 범죄를 저지르는 건 여성보다 남성이 25배나 많다는 데이터를 들어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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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와 척수 등 신경조직은, 크게 나눠, 뉴런이라 불리는 신경세포와 뉴런을 감싸고 있는 신경교세포(neuroglia cell, 신경아교세포)로 구성된다. 과학이 최근 100년간 주목해온 건 당연히 뉴런이었다. 뉴런은 전기ㆍ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며 감각, 운동, 사고 등 복잡한 인지ㆍ생명활동을 담당한다. 뉴런보다 10배 가량 세포 수가 많은 신경교세포는, 아교라는 이름처럼, 뉴런을 붙잡아주는 지지대 혹은 산소나 영양을 공급하는 보조역 정도로 홀대 당했다. 그런데, 뉴런과 신경교세포(줄여서 교세포, glia)가 주종관계가 아닌 대등한 협력관계라는 사실이 10여 년 전 밝혀졌다. 교세포에도 여러 종류가 있고, 저마다 기능이 달라 뉴런 확장과 정보처리 속도ㆍ효율 증강, 뇌 면역을 포함한 신경활동 전반에 필수적인 기능을 담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였다. 알츠하이머 병이나 파킨슨 병, 다발성 경화증, 루게릭 병 등 다양한 난치ㆍ불치 신경 퇴행성 질병들과 ‘만성’이나 ‘신경성’이라고 얼버무려야 했던 “원인 모를” 통증들도 교세포 이상에서 비롯된다는 것도 그렇게 알게 됐다.

스탠퍼드에서 그와 연구진은, 성상교세포가 뉴런 생성(2005년)및 시냅스 기능 활성화(2009년)에 결정적인 기능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성상교세포와 미세교세포(microglia)의 면역기능 이상이 만성 통증 및 다양한 퇴행성 신경장애 유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최초로 규명(2017년)했다. 베어리스는 그 해 인터뷰에서 “퇴행성 신경장애 및 질병의 매커니즘을 확인한 것이 우리 연구소 최대 업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건 레지던트 시절 가졌던 의문과 연구자로 진로를 바꾸며 꾸던 꿈의 문을 찾은 데 대한 개인적 소회이기도 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