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시선과 내부 처우의 괴리. 판단이 흐릿하고 책임을 회피하나 본인은 앞세우는 이들에 둘러싸임. 모래성 쌓기와 허공을 가르는 싸움을 그만두고, 미지의 영역을 찾아나설 것
외부 시선과 내부 처우의 괴리. 판단이 흐릿하고 책임을 회피하나 본인은 앞세우는 이들에 둘러싸임. 모래성 쌓기와 허공을 가르는 싸움을 그만두고, 미지의 영역을 찾아나설 것
수박이 아닌 것들을 좋아한다 그러니까 얼어붙은 강, 누군가와 마주 잡은 손의 온기, 창문을 꼭꼭 닫아놓고서 누운 밤, 쟁반 가득 쌓인 귤껍질들이 말라가는 것을 좋아한다
여름은 창을 열고 나를 눅눅하게 만들기를 좋아한다 물이끼처럼 자꾸 방 안에 자라는 냄새들이, 귤 알갱이처럼 똑똑 씹히는 말들이 혓바닥에서 미끄러진다 곰이 그 위에 누워 있다
동물원 우리에 갇힌 곰이, 수박을 우걱우걱 먹어치우던 곰이 나를 쳐다본다 곰에게서 침 범벅의 수박물이 떨어진다 여기가 동물원이 아니라 내 방이라는 것을 알아갈 때쯤, 나는 혼자 남아 8월을 벗어난다
그러니까 수박이 아닌 것들을 좋아한다 차가운 방바닥에 눕는 것을 좋아한다 피가 나도록 긁는 것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것들이 땀띠처럼 늘어난다 그러니까 나는 이 여름을 죽도록 좋아한다
햇빛이 끈질기게 커튼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다 잎사귀의 뒷면과 그늘 사이를 벌려놓는다 먹다 남긴 수박껍질에 초파리가 꼬인다 나는 손을 휘휘 저으며 그림자를 내쫓는 중이다 쌓인 빨래더미 위에, 식은 밥그릇 위에 고요가 내려앉는다
그러나 의지와 상관없이 종아리에 털들이 자라나는 걸, 머리카락이 뺨에 들러붙는 걸, 화분의 상추들이 맹렬하게 죽어가는 걸 여름은 내내 지켜보고 있다 좋아한다 좋아한다 쏟아지는 말을 주워 담을 수가 없다
_ 한연희, <수박이 아닌 것들에게>, 2016 창비신인시인상
“최근에 유명한 사람들, 잘 아시는 스티븐 호킹도 비판했고 그 다음에 (…) 테슬라라는 회사의 사장 일론 머스크라는 사람은 뭐라고 그랬냐면 ‘인공지능은 악마다,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것은 사람이 악마를 불러들이는 거다’라고 했습니다. 결국 인공지능에 의해서 인간이 멸종할 것이다, 이 정도로 강하게 얘기하는 사람들이 지금 나타났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AI가 악마다’, 이것은 좀 과한 것 같습니다. (반면) 알파고를 만들어낸 하사비스, 구글의 딥마인드의 CEO는 (…) 뭐라고 그랬냐면 ‘일론 머스크가 얘기한 건 턱도 없다, 한참 한참 뒤에도 그런 일이 있을까 말까 나는 잘 모르겠다’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저는 이 말에 굉장히 동의합니다.”(홍대식)
지난 11월 초 어느 금요일 늦은 밤, 도쿄대학의 레키모토 준 교수는 강의에 필요한 자료를 인터넷에서 찾아 정리하던 중 소셜미디어상에서 화제가 된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 분야의 권위자이기도 한 레키모토 교수의 관심을 끈 이야기는 바로 구글의 유명 서비스 가운데 하나인 구글 번역기의 성능이 하루아침에 믿을 수 없을 만큼 좋아졌다는 내용이었다. 레키모토 교수는 얼마나 대단한 발명품이 나온 건지 직접 확인해 보고자 구글 번역기를 한 번 돌려보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잠자리에 들어서도 번역기가 내놓은 지금껏 접한 적 없는 차원이 다른 번역문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레키모토 교수는 블로그에 새로운 번역기를 사용한 소회를 메모해 두었다. 그는 먼저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두 가지 다른 번역본에서 같은 부분을 발췌, 비교해보기로 했다. 하나는 1957년 노자키 다카시의 번역판이고, 다른 하나는 최근에 무라카미 하루키가 번역한 버전이었다. 구글 번역기는 과연 이 소설을 어떻게 번역해 낼까? 나중에 레키모토 교수는 이메일을 통해 무라카미 하루키의 번역은 “무척 세련된 일본어이긴 하지만, 다분히 하루키다운 문장이 군데군데 눈에 띈다.”는 평을 덧붙였다. 그에 반해 구글 번역기의 번역은 일부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훨씬 의미가 명확하게 다가왔다.
“사실 애니메이터가 지금도 대중적인 직업은 아니잖아요. 제가 일을 시작했던 30년 전엔 정말로 생소한 업(業)이었죠. 그런데도 일을 하면서 불안했던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아, 이게 내가 평생 하고 살 내 업(業)이구나!’ 하는 확신이 들어서 불안은커녕 정말 행복했어요. 3년 정도 국내에서 일하다가 애니메이션 제작 환경이 더 좋은 곳으로 가보자는 생각이 들어 해외 스튜디오로 이직 준비를 했어요. 1989년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작은 스튜디오로 건너가 6년 넘게 일했죠. 그러던 중 스튜디오가 갑자기 문을 닫았어요. 당시가 1995년도였는데, 디즈니의 <뮬란>, 픽사의 <토이스토리>가 나오고 드림웍스가 막 생기기 시작했던 애니메이션 업계의 황금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에요. 이왕 이렇게 된 거 자신은 없지만, 미국으로 건너가 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월트 디즈니로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제출했는데 웬걸? 제가 진짜 월트 디즈니로 입사하게 된 거예요. 어린 날, 제게 꿈과 희망의 세계였던 <피터팬>과 같은 작품을 제작하는,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터가 된 거죠!”
“미국의 월트 디즈니가 지금과 같은 명성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일단 규모 면에서 사람들이 갖고 있는 경험의 양이 다른 데다 이것들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새로 들어온 아티스트들이 그것을 몸으로 체득해 보다 빨리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면이 있거든요.”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터들은 뭐든 열심히 보고 관찰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점심시간에도 단체로 가까운 뮤지엄에 가거나 전시회를 보러 가죠. 일단 무엇이든 보고 관찰하는 게 기본이라고 생각하니까요.”
_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 시즌2, 첫 번째 _ 애니메이터 김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