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설계, 초등부터 시작하라> _ 선생님, 당신의 행위가 진정성을 입증합니다
Q. 책 제목이 굉장히 자극적입니다. 한국은 특히 기독교 신자들이 대다수라, 길에서 부딪힌 사람 네 명 중 한 명은 기독교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기독교인들이 선생의 책 제목을 보면 놀라기도 하는데, 책 제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사실 책 제목은 제가 존경하는 독일 시인 파울 첼란의 시(빛의 강박, 1970)에서 따온 것입니다. 제가 간단한 시를 낭독해보겠습니다.
잘라라 그 기도하는 손을
하늘에서 허공에서
눈의 가위로
그 손가락을 잘라라
너의 입맞춤으로
이렇게 접혀진 것이 숨을 삼키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여러분들은 이 시를 듣고 어떤 느낌이 드셨는지 모르겠지만, 여기 나타난 내용은 단순한 종교적 경멸이나 폭력이 아닙니다. 이 시에는 일종의 격정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폭력 같은 것이 아니라,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새로운 격렬함이죠. 기도하는 손을 자르는 데 무엇으로 이걸 잘라내느냐. 눈의 가위, 입술, 입맞춤으로 잘라낸다고 돼 있습니다. 또 마지막 부분을 보면 접혀진 게 다시 나타난다는데, 일반적으로 접혀진 것은 책을 의미합니다. 이 시를 잘 읽어보시면 제가 종교적인 것에 대해 비판을 하는 게 아니란 사실을 아실 수 있을 겁니다. … 그들이 당시 무엇을 했습니까? 이전까지 존재하던 이 세상의 부정을 끊는 행동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사라진 이후에는 위대한 ‘책’들이 남았습니다.
“20세기 인물들 가운데 최고의 지성을 꼽으라면 아마도 영국의 버틀란트 러셀(Bertrand Russell)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러셀은 어릴 때부터 매우 똑똑했습니다. 교회에 다녔던 그는 총명한 머리로 성경을 굉장히 많이 읽었습니다. 마침내 성경을 목사님들보다 더 잘 안다고 생각되자 그는 성경 지식을 가지고 수많은 목사님들을 골탕 먹이기도 했고, 그들의 무지한 성경 지식을 비웃기도 했습니다. 결국 러셀이 그 해박한 성경 지식을 가지고 쓴 책 제목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입니다. 성경을 근거로 해서 기독교의 허구성을 통박하는 내용의 책입니다. 러셀은 성경을 많이 알았던 까닭에 도리어 예수를 안 믿고 교만해져서 기독교를 우습게 보았던 것입니다. 우리가 말씀을 읽으면 변화되는 것이 분명한데 왜 러셀은 변화되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의 성경 지식 때문에 예수를 안 믿게 되었을까요? 그가 알고 있던 그 많은 말씀이 왜 그를 신앙인으로 변화시키지 못했을까요? 참 의아합니다. 제가 그 문제로 고민하다가 마침내 찾은 답이 ‘묵상’이었습니다. 러셀은 성경 말씀을 정보나 지식으로 알았을 뿐 묵상은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말씀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묵상하지 않은 말씀은 한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이 되지 않습니다. 묵상하지 않으면 말씀 자체를 아는 것이 도리어 영적으로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지식으로만 쌓아 둔 말씀과 묵상으로 내 것이 된 말씀은 전혀 다릅니다. 그 차이 때문에 러셀의 인생이 이렇게 결론 난 것입니다.”(유진소, 「말씀과 함께 하나님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