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 누가 나에게 말했다 // 그러니까, 인생에는 어떤 의미도 없어 / 남은건 빛을 던지는 것뿐이야 // 나쁜 꿈에서 깨어나면 / 또 한 겹 나쁜 꿈이 기다리던 시절 // 어떤 꿈은 양심처럼 / 무슨 숙제처럼 / 명치 끝에 걸려 있었다 // 빛을 / 던진다면 // 빛은 / 공 같은 걸까 / 어디로 팔을 뻗어 / 어떻게 던질까 // 얼마나 멀게, 또는 가깝게 // 숙제를 풀지 못하고 몇 해가 갔다 / 때로 / 두 손으로 간신히 그러쥐어 모은 / 빛의 공을 들여다 보았다 // 그건 따뜻했는지도 모르지만 / 차갑거나 / 투명했는지도 모르지만 //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거나 / 하얗게 증발했는지도 모르지만 // 지금 나는 / 거울 저편의 정오로 문득 들어와 / 거울 밖 검푸른 자정을 기억하듯 / 그 꿈을 기억한다 _ 한강, “거울 저편의 겨울2″,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문학과지성사,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