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돈에 대해서는 글(「문학이냐 혁명이냐」, 『쓺』, 2016.상권)을 하나 썼다. 딱 2015년 봄에 발표된 「창백한 말」까지만 좋고 나머지는 별로라고. 돌아보니 농담을 너무 정색하고 받았나 싶긴 한데 나만 그런 건 아니더라. 흥미롭게도, 혹은 당연하게도, 수업을 통해 만난 문창과 학생들에게 정지돈은 별로 인기가 없다. ‘그렇게 잘나가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말까지 들었다는 이야기는 비밀이다. 모름지기 그 누구보다도 문학을 진지하게 여기는 이들이어서 그랬지 싶고, 그가 ‘후장사실주의’ 그룹의 일원으로 행하는 퍼포먼스가 감점 요인이 되는 것도 같다.” “(한국소설의 독자)-(문창과 학생)≒(정지돈의 독자)”
“2012년 여름 오한기와 후장사실주의 그룹을 결성했다. 통화 중에 우연히 나온 것으로 내가 후장사실주의를 결성하자고 말하자 오한기는 핸드폰을 손에 쥐고 데굴데굴 굴렀다. 후장사실주의는 <야만스러운 탐정들>(로베르토 볼라뇨)에 나오는 내장사실주의의 패러디다.” 기성문단을 공격하고 기성질서를 파괴하길 서슴지 않았던 로베르토 볼라뇨가 20대 초반 초현실주의를 패러디해 인프라레알리스모(밑바닥사실주의-내장사실주의)를 결성했고, 정지돈과 오한기는 다시금 로베르토 볼라뇨의 말을 패러디해 후장사실주의를 만들었다. … 정지돈의 글을 인용해 후장사실주의를 설명하면 이렇다. “내가 제일 잘하는 건 인용이다. 문학은 세계의 인용이다. (중략) 후장사실주의는 문학의 인용이다. 그러므로 후장사실주의는 세계의 인용의 인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