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집필할 땐 사회 비판서를 많이 읽는 편이에요. 보통은 자료 조사를 위해서인데 우연치 않게 영감을 받았던 적이 있어요. <송곳>을 집필할 때의 일이에요. 전설적인 사회운동가인 사울 D 알린스키의 <급진주의자를 위한 규칙>을 읽는데, 마치 오랫동안 사회활동이란 전투를 거친 백전 노장의 느낌을 받았어요. <송곳>의 캐릭터인 구고신을 구체화하는 데 도움이 됐죠. 책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이 있어요. 알린스키가 미국 내 소수 인종의 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이었죠. 마침 소수 민족의 대표가 그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전통 음식을 정성스럽게 대접해요. 알린스키는 음식을 한 입 먹더니 대뜸 말합니다. “에이 맛이 없네. 너희도 평소에 이런 거 안 먹지?” 그의 솔직한 태도는 소수 부족 대표자들과의 벽을 단번에 허물고 친구가 되는 데 큰 역할을 했어요. 그 누구도 아닌 알린스키니까 할 수 있는 행동이죠. 이게 바로 캐릭터의 힘이에요. <송곳>의 명대사인 ‘옳은 것보단 좋은 것이 중요하다. 좋은 사람처럼 보이는 게 중요하다’도 여기서 영감을 얻어 탄생했어요.”(최규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