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1년에서 조선조 도덕 정치의 데자뷔(deja-vu)를 경험한다. 닫힌 세계관에 안주한 채 가치와 정신세계를 중시하고 말솜씨와 보여주기에 치중하는 ‘386 코드 정치’는 방법론 부재라는 측면에서 우리 시대의 주자학(朱子學)이다. 평화나 정의(正義), 자주(自主)와 같은 희망적 낙관과 주관적 환상이 당장에는 정권의 인기에 거품을 일구겠지만, 밑바닥 안보 불안과 무너지는 경제 그리고 떠나는 민심을 끝내 감출 수는 없다. 교토대 오구라 기조(小倉紀藏) 교수에 의하면 “한국사회는 화려한 도덕 쟁탈전을 벌이는 하나의 거대한 극장”이다. 도덕을 통해 집권하고 부도덕을 이유로 모든 것을 잃는 정치 문화라는 의미다. 하긴 작금의 적폐 청산 드라이브 와중에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도덕 정치의 역습은 이미 시작되었다. ‘댓글 조작’ 사건이 그 전조(前兆)다. 이 정권이 그나마 성공하려면 한국 현대사를 꽃피운 방법론의 정치를 배척할 것이 아니라 존중하고 계승해야 한다. 도돌이표 도덕 정치의 악순환을 청산하는 게 진정한 진보의 뜻이자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