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갑자기 학교 건축 얘기인가.

“건축이 바뀌면 사람이 바뀐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이 뿌리 깊은 배경엔 학교 건축이 있다고 생각한다. 운동장 하나에 교사(校舍) 하나. 사진으로 보면 창문 크기만 달랐지 교도소랑 똑같다. 이런 공간에서 인격이 형성되는 시기의 12년을 보낸다. 사무 건물은 창의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변해가는데, 학교 건물은 우리 아버지 세대나 우리 세대나 우리 아이들 세대나 똑같다. 아이들이 벗어나게 해줘야 한다.”

― 어떻게 바꿔야 하나.

야외를 보게 해줘야 한다. 요즘 아이들은 아파트에 살고 교실에서 생활하다가 학교 끝나면 상가에 있는 학원에 간다. 자연의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실내에서만 지내면 그 정서가 어떻게 될까.”

― 땅이 부족한데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건축가로서 말하자면 지금 학교들이 쓰는 연면적의 70%만 돼도 설계할 수 있다. 학생들이 줄면서 빈 교실이 늘어난다. 학교에선 이걸 자꾸 달리 쓰려고 하는데, 차라리 헐어서 테라스로 만드는 거다. 학교 쉬는 시간이 10분이다. 4층 교실에서 뛰어 내려와서 운동장에서 놀다가 다시 들어갈 수 있겠나. 지금은 아이들이 밖에 나갈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