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 쓸 때 고통스럽지 않나.

“아니, 전혀. 힘들면 안 쓰면 된다. 소설 쓰기를 거리 청소와는 다른 정신적 고뇌의 엄청난 여정인 것처럼 표현하는 경우도 봤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

- 글 쓰는 스타일이 궁금해진다. 왠지 굉장히 자유로울 것 같은데.

“나는 글쓰기 계획이라는 게 없다. 내 소설은 치밀하게 플롯을 짜야 쓸 수 있는 스릴러나 장르적인 특징을 가진 게 아니라서 비교적 자유롭게 쓰는 편이다. 일단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으면 며칠이고 생각한다. 스토리를 생각하는 게 아니다. 나는 소설을 쓴다, 그렇게 생각만 하다가 가령 어느 날 꿈에서 인상적인 이상한 문장을 만나면 잠에서 깬 다음 그 문장을 적어뒀다가 소설을 쓰기 시작하는 식이다. 그 문장이 소설의 첫 문장일 필요는 없다. 문장이 아닐 때도 있다. 우연히 마주친 어떤 감각이나 사람, 장소가 모티프가 돼 소설이 시작되기도 한다. 그런 마주침을 위한 모드 전환의 과정, 소설의 모티프가 내 몸에 잘 들어올 수 있게 만드는 그런 단계가 필요한데, 그게 찾아올 때까지 몸을 데운다고 할까, 기다리는 거다.”

-소설은 주로 독일에서 쓴다고 들었다. 낯선 환경에서 소설이 잘 써지기 때문인가.(배씨는 1년에 두 달 정도는 독일에 체류한다. 한국에 있을 때는 번역을 한다)

“그런 이유도 있다. 외국에서는 감각이 새로워진다. 감각이야말로 육체의 옷인데, 굉장히 잘 입어야 한다. 그게 글을 좌우한다. 나는 집에서 소설 쓰는 게 상상이 잘 안 된다.”

- 제발트 소설의 어떤 점이 매력적인가.

“그의 글은 픽션인지 산문인지 경계가 애매한데, 무엇보다 언어가 마음에 든다. 처음 그의 작품을 읽었을 때 충격적일 정도로 독일어 문장이 아름다웠다. 그는 치밀하게 연구하고 자료를 모아 글을 쓰는데 플롯이 평범하지 않다. 한 얘기에서 갑자기 다른 얘기로 넘어가고 그러면서도 어떤 감정으로 독자를 휘어잡는 힘이 있다. 가장 좋아하는 건 그의 독특한 글감이다. 무엇에 대해 쓸 것인지를 굉장히 잘 선택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