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식 _

편집자 생활을 몇 년 한 적이 있다. 편집자가 저자나 작가를 만날 때는 섬세함을 발동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입사하기 전에 덜렁거린다는 평가를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입사하고 보니 디테일이 좀더 필요한 사람, 직업적인 감정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이게 뭐지?’ 싶어서 그 사소하고 섬세한 감정에 대해 연구하게 됐다. 디테일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사람들을 한참 만나고 다니면서 그들의 행동을 수첩에 적고 그랬다.(웃음)

나쓰메 소세키의 <문>으로 문장 하나하나마다 섬세한 심리 묘사가 들어 있어 좋아하는 책이다. 감정을 유난히 풍부하게 잘 쓰는 소설가들을 좋아한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초조한 마음>도 남의 감정을 잘 알아채는 캐릭터가 등장해 좋아하는 소설이다.

강동호 _

한국 문학 평론은 작가를 설명하는 데 그치거나 작가를 띄워주기 위한 용도로 변모한 것 같다. 김현이 ‘비평의 방법’이란 글에서 “문학 비평은 문학 비평이 문학 비평으로 남을 수 있게 싸워야 한다”고 말한 적 있다.

김혜순 시인의 <피어라 돼지>다. 젊을 때 모던한 시인들이 나이가 들면 서정적으로 변하거나 삶에 대한 진리를 얘기하는 쪽으로 변하기 쉽다. 말 그대로 선생님이 되는 거다. 김혜순 시인은 시에 대해 엄격하며 지금 이 시대에 예술이라고 불릴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실험하고 사유한다.

금정연 _

책을 하나의 요리라고 한다면, 기존의 서평은 그걸 맛보고 레시피나 감상을 얘기하는 방식이었다. 나는 흉내 내면서 비슷하게나마 요리를 해보는 거다. 책에 대해 말하기 가장 좋은 방식은 책을 똑같이 다시 한 번 쓰는 거다.

러시아 작가 세르게이 도나토비치 도블라토프가 쓴 <여행가방>이다. 구소련에서 60~70년대에 활동하다가 국가의 탄압을 받고 미국으로 망명하게 된 작가가 그 망명 가방을 싸는 내용이다. 로맹 가리의 <내 삶의 의미>도 가져왔다. 인생을 서사화하는 능력이 뛰어난 작가라서 적절한 의미와 유머를 부여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서술하고 있다. 전혀 고상하지 않게! 우리가 잘 못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찰스 부코스키의 일기 <죽음을 주머니에 넣고>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작년 초부터 지금까지 계속 되뇌는 문장이 있다. <롤랑 바르트, 마지막 강의>는 틈날 때마다 자주 들춰 보는 책이다. 그 책에 나온 “시도하기 위해서 희망할 필요도 없고 지속하기 위해서 성공할 필요도 없다”는 말이다.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을 쓴 아고타 크리스토프는 헝가리 출신으로 유치원생 수준의 프랑스어를 구사했다. 문장을 보면 모두 단문이다. 그렇게 지금의 나를 깨고 싶은데 한국어라는 관습 속에 너무 물들어서 생각이 끌려다니는 것 같다. 그래서 한국어가 싫다. 정치인들이 한국어를 쓰기도 하고.

소설가로는 오에 겐자부로, 레이먼드 챈들러, 찰스 부코스키, 로베르토 볼라뇨가 있다. 그리고 롤랑 바르트로부터 영향을 크게 받았다. 바르트는 규격에 얽매이지 않는 글쓰기를 한 사람이다. 그 정도로 유명한 지식인이면 자기가 만든 패러다임 안에서 만족할 수 있었을 텐데 기호학으로 시작해서 구조주의 등 계속 영역 바깥으로 넘어간 사람이다. 서평의 아이러니, 비꼼, 블랙 유머는 테리 이글턴으로부터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