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어느 날 난 마흔세 번이나 해 지는 것을 보았어요!” 그리고 조금 후에 넌 이렇게 덧붙였지. “아저씨도 알 거예요. 누구나 슬픔에 잠기면 석양을 좋아하게 된다는 걸……”

152~153. “아니야, 나는 친구들을 찾고 있어. ‘길들인다’는 게 무슨 뜻이야?” 어린 왕자가 물었어요. “그건 너무나 잊혀져 있는 거지. 그건 ‘관계를 맺는다’는 의미야.” 여우가 말했어요. “관계를 맺는다고?” “물론이지. 내겐 넌 아직 수십 만의 아이들과 같은 어린아이일 뿐이야. 난 네가 필요하지 않고, 너 역시 내가 필요하지 않아. 너에게는 내가 수십 만의 여우들과 같은 여우에 불과하니까.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될 거야. 너는 나에게 이 세상에 유일한 존재가 될 거야. 나는 너한테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거고……”

162. 여우가 말했어요. “같은 시간에 오는 게 더 좋을 거야. 가령 오후 네 시에 네가 온다면 세 시부터 나는 행복해질 거야. 네 시가 되면 이미 나는 불안해지고 안절부절 못하게 될 거야. 난 행복의 댓가가 무엇인지 알게 될 거야! 하지만 네가 아무 때나 온다면, 몇 시에 마음의 준비를 해야할지 난 알 수 없을 거야. 의례가 필요해.” “의례가 뭐야?” 어린 왕자가 말했어요. “그것도 너무 잊혀져 있는 것이지. 그건 어떤 날을 다른 날과 다르게, 어떤 시간을 다른 시간과 다르게 만드는 거야. 이를테면 나를 사냥하는 사냥꾼들에게도 의례가 있지. 그들은 목요일이면 마을 처녀들하고 춤을 춘단다. 그러니까 나에게는 목요일이 아주 신나는 날이지! 나는 포도밭까지 산책을 나가지. 만일 사냥꾼들이 아무 때나 춤을 춘다면 날마다 같은 날들일 거야. 그러면 내겐 휴일이 없게 될 거고.” 여우가 말했어요.

_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책이있는마을,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