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에서 『논어』를 읽고 있는데 갑자기 내각의 아전이 와서는 소매 속에서 종이쪽지를 꺼내 보이며 말하기를 ‘이건 내일 강독(講讀)할 논어의 장(章)입니다’라고 했다. 내가 깜짝 놀라며 ‘이런 걸 어떻게 강독할 사람이 얻어 볼 수 있단 말인가’라고 했더니 아전이 ‘염려할 것 없습니다. 임금께서 지시하신 겁니다’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그렇지만 미리 엿보는 일은 할 수 없다. 마땅히 『논어』전편을 읽어보리라’라고 하니, 그 아전은 웃으면서 돌아갔다. 그 다음날 경연(經筵)에 나가니 임금이 각신(閣臣)에게 말씀하기를 ‘정약용은 별도로 다른 장(章)을 강하도록 하라’고 했다. 강을 틀리지 않고 끝내자 임금이 웃으시며 ‘과연 전편을 읽었구나!’라고 했다”(자찬묘지명 집중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