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정책들은 최소 10년 이상의 연도별 시뮬레이션이 함께 나와야 한다. 우리 사회 갈등 사안의 상당수는 시간축을 길게 잡고 보면 전혀 다르게 보이는 문제들이다. 지금은 엄청난 비용을 치르는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게 되었다고 후회할 사안들, 혹은 지금은 집단 간 이익다툼의 문제로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상생의 문제인 경우들이다. 더구나 세계 최고의 고령화 속도를 감안할 때, 같은 정책이라도 지금의 의미와 10년 후의 의미는 전혀 달라질 수 있다. 지금 어떤 정책을 하면 향후 10년간 해마다 무슨 변화를 겪을 것이고 하지 않으면 10년 후 어떠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점을 정교하게 시뮬레이션하고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 이런 증거기반 정책을 가지고 대통령이나 책임있는 당국자가 진정성 있게 소통한다면 이해해줄 국민은 훨씬 많아질 것이다. … 정무적 판단의 영역이 많아질수록 정책의 합리성은 그만큼 증발한다. 정무적 판단에 참여하는 사람은 소수일 수밖에 없고, 그들은 해당 정책에 대해 실무자 수준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을 분리해서 다루는 기존의 관행도 재고해야 한다. 재정에 대한 세밀한 고려 없이 사회정책이 제시되고, 기재부가 재정을 이유로 사회정책을 난도질하고, 그로 인한 소모적 논쟁이 정책의 동력을 잃게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정부 내에서 부문별 사회정책의 필요성과 재정에 대한 토론이 충분히 이루어지고 합의된 상태에서 정책을 발표하고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