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호, <과학이 빛나는 밤에>, 추수밭, 2014.

354~355. 광속은 운동 상태와 상관없이 항상 같았어요. 상황이 바뀌면 헌법도 바뀌게 마련인데, 광속은 도대체 뭐라고 바뀌지 않는지 과학자들은 골머리를 앓았죠. 예를 들어 달리는 기차 안에서 기차가 달리는 방향으로 빛을 쏜다고 해 봐요. 빛의 총 속도는 ‘기차의 속도’ + ‘빛의 속도’가 되어야 합니다. 종전의 물리학에서는 아주 당연한 결과죠. 달리는 기차에서 공을 던지면 공의 총 속도는 ‘기차의 속도’ + ‘공이 던져진 속도’가 됩니다. 하지만 이 상식적인 덧셈이 빛에는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아인슈타인도 이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어요. ‘왜 이런 모순이 생길까? 이 문제는 나를 난관에 봉착하게 만들었고, 쉽게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였으며, 근 1년간이나 나를 끝없는 사색의 골짜기로 밀어 넣었다.’ … 해결 방법은 어찌보면 단순합니다. 속도라는 개념을 광속에 맞춰 바꾸는 거예요. 속도는 ‘거리/시간’이니까 광속을 유지하려면 광속 대신 시간과 거리가 바뀌면 됩니다. 운동 상태에 따라 시간과 거리가 광속에 맞춰 바뀌면 광속이 일정하게 측정될 수 있거든요.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죠? 옷을 가만히 두려고 사람을 바꾸는 거나 마찬가지 입니다. 하지만 우리 우주에서는 실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었어요.

358~359. 절대적으로 어떤 시공간은 정사각형이고 어떤 시공간은 찌부러진 것이 아닙니다. 어느 곳을 기준으로 그리느냐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죠. 변치 않는 것은 오로지 광속 뿐입니다. … 시공간이 바뀐다는 이상한 결론으로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지만, 아인슈타인의 염원대로 맥스웰의 방정식은 우주 어디에서나 깔끔하게 적용될 수 있었어요. 하지만 물리학적으로는 빈틈이 있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설명은 똑같은 속도로 운동하는 물체의 시공간 변화만 다뤘거든요. 기차나 역이나 속도는 일정하게 정해졌습니다. 서서히 속도가 증가하거나 서서히 멈출 경우 그에 따라 시공간이 어떻게 변할지 다루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 상대성이론을 특수상대성이론이라고 부릅니다. 일반적인 모든 운동 상태에 적용되지는 않고, 등속운동 상태인 물체에만 특수하게 적용되는 상대성이론이라는 의미죠. 아인슈타인은 가속운동도 포함할 수 있는 상대성이론을 만들어 내고자 했어요. 그런데 엉뚱하게도 그 과정에서 중력의 비밀이 밝혀집니다. 시공간을 잘 변형하면 중력 효과가 나타날 수 있거든요. 세상이 좀 달라 보이나요? … 흔하게 보는 이 빛들이 시공간의 형태를 결정하는 절대적 기준입니다. 우리는 사소하고 흔한 절대적 기준들에 맞춰 상대적으로 변하는 시공간 속에 살고 있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