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힘들었을 때는.

“2014년 버지니아공대에서 UCLA로 옮길 때였다. 굳게 믿었던 멘토 교수에게 배신을 당해 나의 분신 같은 로봇들을 모두 뺏겼다. 내 최고의 걸작품이었던 휴머노이드 로봇을 강탈당한 거다. 나는 여기서 끝나는가 보다, 이제 더 이상 길이 없나 보다 싶었다. 로봇이 없는데 내가 뭘 할 수 있었겠나. 하지만 로봇도, 사람도 넘어져야 배운다는 말이 맞았다. 이렇게 된 거 아예 새롭게 가자 싶었다. 마침 후쿠시마 원전 사고 현장에 다녀온 뒤 사람처럼 걷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한계를 절감하던 터였다. 너무 느리고 비싸고 잘 넘어졌다. 발상을 전환했다.”

이후 그는 로봇의 몸통을 직육면체로 과감히 바꾼 뒤 발레리나와 펜싱 선수의 움직임에서 영감을 얻어 두 다리를 좌우가 아닌 앞뒤로 배치했다. 그러자 수많은 미제들이 순식간에 해결됐다. 그의 명성은 전보다 훨씬 높아졌다. 그는 월트 디즈니의 사례를 떠올렸다. “디즈니도 오스왈드라는 토끼 캐릭터를 만들고 꿈에 부풀어 있을 때 믿었던 프로듀서에게 어이없이 뺏기며 모든 걸 잃고 말았다. 하지만 그는 좌절 대신 메모지와 펜을 꺼내 새로운 캐릭터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탄생한 게 바로 미키 마우스였다. 내가 만든 로봇들을 뺏기지 않았다면 지금의 나 또한 없었을 거다.”

그의 실패론은 계속됐다. “실패를 통해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실패를 두려워하면 성공할 수 없다. 혁신도 마찬가지다. 혁신은 절벽을 아슬아슬하게 걸을 때 나오는 법이다. 떨어질까 무서워 안전한 곳으로만 가면 혁신은 불가능하다. 연구소에서도 학생들에게 로봇을 일부러 고장 내게 한다. 고장이 나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공하면 행복한 거고 실패하면 배운 거다. 중요한 건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면을 뽑아내는 것. ‘긍정은 언제나 길을 찾는다’가 내 신조인 이유다. 실패에서 배우면 더 이상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