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비밀스런 음란의 가림막, 겉창들이 / 누옥마다 걸려 있는, 낡은 성밖길 따라, / 거리와 들판에, 지붕과 밀밭에, / 사나운 태양이 화살을 두 배로 쏘아 댈 때, / 나는 홀로 환상의 칼싸움을 연습하려 간다, / 거리 구석구석에서마다 각운의 우연을 냄새 맡으며, 포석에 걸리듯 말에 비틀거리며, / 때로는 오랫동안 꿈꾸던 시구와 맞닥뜨리며.(「태양」)
73. 오 가을의 끝, 겨울, 흙물에 젖는 봄, / 졸음을 몰고 오는 계절들! 나는 사랑하고 기리노라, / 안개와 수의와 몽롱한 무덤으로 / 내 마음과 뇌수를 이처럼 감싸 주는 그대들을. … 그대 창백한 어둠의 한결같은 모습보다, / - 달도 없는 어느 저녁에, 둘씩 둘씩, / 아슬아슬한 침대에서 고뇌를 잠재우기가 아니라면.(「안개와 비」)
81. 짐승으로 둔갑하진 않으려고, 허공과 빛살에, / 불타오르는 하늘에 그들은 심취하니, / 살을 물어뜯는 얼음, 피부에 구리를 씌우는 태양이 / 입맞춤의 자국들을 천천히 지운다.(「여행 - 막심 뒤캉에게」)
104. 파리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에 아버지의 죽음과 어머니의 재혼을 보았으며, 스무 살이 될 때까지 파리 소재 각급 교육기관의 학생으로 살다 자신에게서 문학과 예술의 취향과 재능을 발견하면서 급속하게 보헤미안의 생활에 빠져들었으며, 그것을 염려한 가족들의 권유로 결국 끝마치지 못할 인도 여행을 떠났으며, 귀국 후에는 여러 젊은 문인들과 우정을 맺으며 자기 아버지의 유산으로 부유하고 재능 있는 파리의 건달이 되었으며, 끝내는 가족들에게 유산을 회수당하고 금치산자가 되어 가난한 생활로 영락했으며, 그래서 문학비평과 미술비평으로 생활비를 벌지 않을 수 없었으며,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실천된 동시대인들에 대한 폭넓고 면밀한 성찰로 새로운 문학사적 도정을 개척하고 만 보들레르의 이력은 우리에게 이미 낯선 것이 아니다.
104. 보들레르는 1857년 『악의 꽃』이란 제목으로 한 권의 시집을 출판했다. 그러나 이 시집은 ‘반도덕성’을 이유로 법의 심판을 받는다. 시집의 출판으로 가난에서 벗어나려 했던 보들레르는 오히려 상당한 액수의 벌금을 지불해야 했으며, 시집은 여섯 편의 시를 삭제당하여 치명적인 손상을 입는다. 그러나 보들레르는 4년 후인 1861년 삭제된 여섯 편의 시 대신 서른다섯 편의 시를 더하여 『악의 꽃』 재판을 출간한다.
110. 에메 세제르는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를 흑인 버전으로 번안한 『또 하나의 템페스트』에서 흑인의 아름다움을 묘사하기 위해 이 시(「이국의 향기」)에서 두 구절을 인용했다. “몸매 날씬하고 힘찬 사나이들, 그 솔직한 시선이 놀라운 여자들.”
114. 티볼리는 옛날 생라자르 역의 자리에 있던 공원이다.
117. (「여행 - 막심 뒤캉에게」은) 1959년 일부가 낱장으로 인쇄되었으며, 같은 해에 <프랑스평론>에 발표되었다. 『악의 꽃』의 초판과 재판에 모두 마지막 시로 수록되었다.
117. 인간이 만든 것이 인간을 구원할 수 없으며, 보들레르가 늘 주장하는 ‘원죄에서 벗어나는 일’에 도움을 줄 수도 없다. 오직 하나 남아 있는 여행은 ‘죽음’이다. 죽음의 밑바닥에서 미지의 ‘새로운 것’을 찾는다는 말은 죽음을 걸고 이 삶에서 다른 삶을 상상하여 삶을 본질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말과 같다. 이것이 이 시의 결론이며 『악의 꽃』의 마지막 말이다.
_ 샤를 보들레르, 황현산(역), <악의 꽃>, 민음사,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