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8~319. 2009년 가을, 방송윤리ㆍ프로그램 향상기구(BPO)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관한 의견서’를 발표했습니다. 이는 방송국에 대한 ‘비판에 입각한 성원’이며, 내용에 매우 깊이가 있었습니다. NONFIX에서 계속 함께 일한 후지TV 프로듀서 오가와 신이치 씨는 그해에 편성국 차장으로 취임하기도 해서 이 의견서에 대해 리액션을 취하려 했던 모양입니다. 우선 비판의 대상이 된 <메차메차 이케테루!(엄청나게 맛있어, 엄청나게 재미있어 등의 뜻)>의 스태프에게 프로그램을 한 편 만들게 함과 동시에, 방송국 사람이 아닌 외부인에게 ‘지금 버라이어티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주제로 한 편 만들게 하려는 생각으로 저에게 의뢰를 했습니다. 그 외뢰를 받아들여 만든 것이 <나쁜 것은 모두 하기모토 긴이치다>라는 작품입니다. 저는 ‘텔레비전의 버라이어티가 빈축을 계속 사는 원인을 만든 범인은 하기모토 긴이치다’라고 구태여 가정하고, 하기모토 씨를 공개재판에 회부하는 다큐멘터리를 생각했습니다. 이제까지의 버라이어티 역사를 영상으로 되짚으며 의견서에서 다룬 ‘따돌림’, ‘저속함’, ‘아마추어 놀리기’ 등으로 버라이어티가 미움을 사는 일곱 가지 원인을 검증하고, 변호인 측 증인으로 “기존의 것을 부수는 게 텔레비전의 웃음”이라고 정의하는 닛폰TV ‘전파소년’ 시리즈의 전 T부장, 즉 쓰치야 도시오 씨와 전 ‘익살 디렉터즈’의 미야케 게이스케 씨를 불러 증언을 받는 구성입니다. 어째서 하기모토 긴이치 씨인가 하면, 개인적으로 1970년대의 텔레비전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네 사람 중 하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323~324. 우선 텔레비전 버라이어티에는 두 가지 원류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TBS 계열에서 방영된 시대극풍 코미디 프로그램 <데나몬야 삿갓>이나 마이니치 방송에서 지금도 하고 있는 장수 코미디 프로그램 <요시모토 신희극> 등으로 대표되는, 홀이나 극장에서 하는 쇼를 그대로 중계하거나 녹화해서 방송하는 버라이어티입니다. 다른 하나는 미국에서 온 스타일이라고 하는데 <비눗방을 홀리데이>로 대표되는 노래와 춤, 콩트가 있는, 가요쇼에 속하는 버라이어티입니다. 이 두 부류가 오랜 세월 텔레비전 버라이어티의 왕도였지요. 반면 하기모토 씨는 무엇을 시도했는가 하면, 마이크 하나를 들고 카메라와 함께 스튜디오에서 거리로 나가 일반을 끌어들였습니다. 이는 매우 획기적이었으며, 동시에 텔레비전의 아마추어화이기도 했습니다. 즉 텔레비전을 ‘재주가 없어도 나올 수 있는 장소’로 바꾼 것이지요. 이는 커다란 전환점이었습니다. ‘남의 실수는 재미있다’는 점을 발견한 것도 하기모토 씨입니다. 아마추어 놀리기도 그렇고 NG 대상도 그렇습니다. 텔레비전 버라이어티 분야의 큰 흐름이 하기모토 간이치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이 시기의 하기모토 긴이치에 대한 시각은 <나쁜 것은 모두 하기모토 긴이치다>에 피고인 측 증인으로 출연한 닛폰TV 쓰치야 씨의 사고방식에 입각했습니다. 방송 사전 미팅으로 만나서 쓰치야 씨가 하기모토 긴이치에 대해 이야기할 때 텔레비전을 ‘부순다’는 말이 나왔고, 그로 인해 방송 주제가 ‘파괴’라는 점이 뚜렷하게 보였습니다. 하기모토 씨가 어째서 아마추어를 끌어들였는가 하면, 함께 ‘콩트 55호’라는 콤비를 결성했던 사카가미 지로 씨에 비해 자신이 너무도 재능이 없다는 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지로 씨는 노래를 부를 수 있고 연기도 할 수 있었습니다. 하기모토 씨는 못하고요. 본인의 콤플렉스가 다른 형태로 꽃을 피웠다고도 할 수 있겠지요.

_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바다출판사,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