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창의력 연구의 대가인 조이 길포드가 정의했듯 창의력이란 “주어진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 새로운 시각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나 산출물을 표출할 수 있는 능력”이다. (중략) 세상의 중요한 것들은 결코 쉽게 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리고 드러난 답은 이미 모두가 다 아는 답이기에 결코 무기가 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숨겨진 것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좋은 안목이다. 꽁꽁 숨겨놓은 것도 찾아내서 볼 수 있는 킨사이트Keen-sight, 단서가 전혀 드러나 있지 않는 것들을 서로 엮고 붙여 그 속에 숨은 놀라운 연결 고리를 찾아내는 크로스사이트Cross-sight,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예측하고 구체화하는 포사이트Fore-sight,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인사이트In-sight는 누구나 갖추기 원하는 안목이다.
20. “세상에 불만이 많다는 것은 이를 해결할 기회가 있다는 뜻이다. 미래의 기업가는 지금 불평하는 사람이 아닌, 이 불만들을 풀려고 하는 사람들 가운데 나올 것이다.”(마윈, 알리바바그룹 회장)
28~30. 2006년 8월 단장으로 취임한 피터 겔브는 티켓값에 대한 관객들의 불만을 간과하지 않고 큰 결단을 내렸다. 그는 오페라단의 공연을 전 세계 극장에 고화질로 생중계하겠다고 선언하였다. … 그렇게 2006년 말 ‘메트: 라이브 인 HD’가 시작되었다. 전 세계의 오페라 애호가들이 매번 공연을 보러 뉴욕까지 날아가는 대신, 자신이 사는 도시의 영화관에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공연을 보는 것은 꽤 매력적인 일이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처음에는 미국, 캐나다 100여 곳과 영국, 일본, 노르웨이의 일부 영화관에서 시작했던 것이 현재는 전 세계 70여 개국 2,000여 개 영화관에서 매년 수백만 명이 보고 있다. 티켓 판매율은 다시 90% 선을 회복했는데, 영화관에서 ‘메트: 라이브 인 HD’를 경험한 이들이 뉴욕에 가면 반드시 링컨센터에서 직접 공연을 보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오페라 관람의 문턱을 낮추면서 결과적으로 관객층이 더 두터워진 것이다.
69. 현 교육제도가 창의력을 말살시키는 주범이라는 주장에도 일가견이 있다. 실존주의 사상가 장 폴 사르트르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일찍 죽어주는 것이다”라는 말은 아버지의 권위가 자식의 창의성이나 자립심에 해를 끼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패와 좌절의 경험이야말로 창의성에 있어 아주 중요하다.
101~102. 저물어가는 종이 신문에 새로운 투자자가 나타났다. 바로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였다. 2013년 8월, 그는 자신의 사비를 투자하여 <워싱턴 포스트>를 인수한다. 1877년 창간된 140여 년 전통의 신문사를 2억 5천만 달러에 산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를 인수하면서 제프 베조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신문 산업에 대해 아는 것은 없지만, 인터넷에 대해서는 안다.” 종이 신문 중심에서 디지털 뉴스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자신이 직접 디지털화를 주도하며 사업과 운영 방식에는 개입하겠지만, 신문의 편집 방향 등 저널리즘과 관련해서는 편집국에 일임하고 일절 개입하지 않겠다는 원칙도 내세웠다. 구조조정은 했지만 직원 수는 오히려 늘렸다. IT 인력도 대거 확충했고, 결정적으로 뉴스 제작 인력을 늘렸다. 국내외 취재력을 높이려고 기자와 에디터 50명, 뉴스룸 직원 70명을 각각 증원했다. 콘텐츠 강화가 신문 산업의 위기를 극복하는 기본임을 믿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신문의 광고 수익이 중요했다면, 콘텐츠가 경쟁력을 지니면 콘텐츠 유료화를 통한 수익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 제프 베조스는 단순히 투자 수익을 노리고 <워싱턴 포스트>를 인수한 것이 아니라, 신문 산업의 변화에 도전한 것이다. 제프 베조스는 온라인 독자를 늘리기 위해 아마존도 적극 활용했다. 아마존 프라임 고객들에게 <워싱턴 포스트> 온라인판 6개월 무료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무료 이용이 끝난 후에는 정기 구독료를 대록 할인해 주었다. … <워싱턴 포스트> 온라인 사이트의 순 방문자 수는 2013년 9월 2,600만 명에서 2015년 11월 7,156만 명으로 2년 만에 세 배나 늘었다. 2016년 11월에는 9,911만 명으로 전년 대비 38.5%가 늘었는데, 2013년 9월에 제프 베조스가 <워싱턴 포스트>를 인수하고 3년 만에 순 방문자 수가 약 네 배 늘어난 것이다. 2016년 신규 온라인 구독자 수도 전년 대비 75%가 늘어나 디지털 구독 수입이 두 배가량 증가했으며 디지털 광고 수입도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했다.
125. 아무리 기술이나 제품이 탁월해도 혼자서는 성공에 역부족일 때가 있는데, 자기 기업만 독불장군 식으로 밀고 나가다간 다른 기업들의 연합전선에 밀려 탁월한 제품을 가지고도 실패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소니가 만든 비디오플레이어 베타맥스Betamax다. 베타맥스는 JVC가 만든 VHS(Video Home System)보다 크기도 작고 화질도 더 뛰어났지만, 소니가 배타적인 라이선스 정책을 펴 기술도 공유하지 않고 고가 전략을 펴는 바람에 기계값이 터무니없이 비쌌다. 베타맥스 규격을 이용한 콘텐츠를 출시하려면 폭력적이거나 외설적인 내용을 규제하는 소니의 요구를 따라야 했는데, JVC는 오히려 포르노 제작사와 계약해 북미 성인용 비디오 시장을 점령해버렸다. 그래서 베타맥스로는 오로지 영화만 볼 수 있었지만 VHS로는 영화는 물론이고 성인 비디오까지 볼 수 있었다. 가격까지 저렴했다. 이런 상황에서 화질과 크기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콘텐츠 규모 면에서 차이가 크게 나면서 1984년 25%였던 베타맥스의 점유율은 1986년 7.5%까지 떨어졌고, 결국 1988년 소니도 VHS 비디오 데크를 제조하며 자신들의 패배를 인정했다.
129~130. 1952년 12월 미국의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부산의 유엔군 묘지를 방문하기 직전의 일이다. 당시 대통령에게 황량한 묘지를 보이고 싶지 않았던 미군 측은 한겨울임에도 유엔군 묘지를 푸른 잔디로 꾸며 달라는 입찰을 냈다. 요즘이면 그나마 온실에서 키우는 잔디나 인조잔디를 이용해서라도 만들겠지만 당시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모두 안 된다며 포기할 때 그것을 간단하게 해결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낙동강변의 보리싹을 수십 트럭 싣고 와서 유엔군 묘지를 순식간에 푸르게 만들어놓았다. 한겨울에도 파랗게 돋아나는 보리싹을 활용한 것이다. 과연 이 사람은 누구일까? … 한겨울에 잔디가 없다며 포기한 사람들은 문제에 관성적으로 접근한 것이고, 잔디 대신 보리싹으로 미군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정주영 회장은 문제에 창의적으로 접근한 것이다.
133~134. 신문을 볼 때도 정치나 경제, 사회, 문화 등 신문 지면에 구분되어 있는 정보들이 실상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껴야 한다. 그 연결 고리를 보려 애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 신문 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다른 것보다도 신문은 매일, 그리고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매체이므로 더 유용하다. 아울러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폭넓게 받아들이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도 하다. 우리는 가끔 대단해 보이는 방법들만 좇는다. 일상적이고 사소한 것들이 꾸준히 쌓이면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지에 대해서는 간과한다. 그러나 탁월한 안목을 지닌 이들은 그 사소함에 집중한다. 1에서 1%를 더하면 1.01이 되고 1%를 빼면 0.99이다. 1.01과 0.99는 겨우 0.02 차이다. 그러나 1.01을 365번 제곱하면 약 37.8이 되고, 0.99를 365번 제곱하면 약 0.026이 된다. 0.02라는 미미한 차이가 쌓이고 쌓여 37.8이란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하루에 해야 할 목표를 누군가는 1.01만큼 달성하고, 누군가는 0.99만큼 달성했다고 생각해보자. 하루만 보면 별 차이 없지만, 1년이 지나면 절대 극복 불가능한 간극이 생긴다. 동시대에 태어나고 자란 동창 친구들을 떠올려보자. 분명 과거에는 비슷했지만 수십 년이 지나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간격이 벌어진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결국 꾸준히 쌓은 능력만큼 강력한 것도 없다. 창의력은 바로 오래 꾸준히 쌓여 탁월해지는 능력이다.
152~153. IBM에는 특별한 조직이 있다. 일종의 정찰부대인데, 외부에 나가 고객과 시장의 트렌드를 살피고, 신사업이나 기업 생존을 위한 다양한 정보를 탐색, 관찰하고 분석해 최고경영진에게 보고하는 고직이다. (중략) 이 조직의 이름은 ‘까마귀 둥지Crow’s Nest’다. 원래는 배의 돛대 꼭대기의 망루를 일컫는 말로, 배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선원이 까마귀 둥지에 올라가서 멀리 내다본 정보를 선장에게 전달하고, 선장은 그것을 토대로 항로 결정 등 중요한 의사 결정을 했다.
171~172. 엔비디아가 가상현실과 인공지능, 자율주행차를 차세대 사업으로 삼아 연구한 것은 오래전부터다. 하지만 이 분야들을 연구하거나 미래 사업으로 삼은 기업들은 셀 수 없이 많았다. 구글이 먼저 두각을 드러냈고, 여타 자동차 회사들의 다양한 시도도 주목받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그래픽 처리 장치 전문 업체답게 카메라에 찍히는 이미지 데이터를 분석하는 역량에다 자동차 스스로 학습하여 진화하는 딥러닝을 접목시켜 자율주행 자동차에 접근한 것은 단연 주목을 끌 만했다. 무인 자율주행차는 아직 완성되지도, 존재하지도 않는 기술이다. 즉 정해진 답이 없다. 기술을 풀어가는 방법 및 방향이 다양할 수밖에 없고, 예상 답안들 중 점점 좋은 답으로 좁혀지면서 진화할 것이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엔비디아가 미래 자동차 분야에서 주도권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현실이 되었다.
176~177. 미국의 벤처캐피탈 샤스타벤처스Shasta Ventures에서 미국 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 32곳의 ‘시리즈 A(프로토타입 개발부터 본격적인 시장 공략 직전까지의 기간, 즉 사업 초기 단계)’ 시점의 특징에 대해 살펴본 적이 있다. 조사 대상에는 우버, 트위터, 왓츠앱, 핀터레스트, 에어비앤비, 드롭박스, 스냅챗, 인스타그램, 네스트, 리프트 등 쟁쟁한 스타트업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놀랍게도 초창기 이들의 사업 아이디어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라고 평가한 이들이 많았다. 에어비앤비에 대해서도 투자자들이 “낯선 사람 집에서 누가 잠을 자겠느냐?”라고 지적했다. 호텔이라는 기존의 강력한 경쟁자가 있다는 점도 비즈니스 모델을 부정적으로 보게 했다. 우버에 대한 시선도 비슷했다. 낯선 사람의 자동차를 타는 것에 거부감이 있고, 이미 택시와 렌터카라는 견고한 시장이 있었으니 말이다. 스냅챗에 대해서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강력한 소셜 네트워크가 있는 레드오션에 도전하는 무모한 후발주자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성공했다. (중략) 미래를 만드는 것은 과거의 관성에 빠지지 않은 사람의 몫이다. 지금 무모한 도전자처럼 보인다면 지금의 관성과 어긋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194. “모든 문제에는 그에 따른 해결책이 존재한다. 일단 문제를 세부적으로 나눈 후, 근본적인 측면으로 돌아가야 한다. 왜냐하면 더 나은 해결책이 반드시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208. 중국의 고전 한비자의 <해로解老>편에 ‘상상’의 어원이 나온다. 전국시대 사람인 한비韓非가 살던 기원전 3세기의 화북 지역에서는 죽은 코끼리의 뼈를 구해 그림을 그려 살아 있는 코끼리의 모습을 떠올려보곤 했다. 기원전 900년 이전까지만 해도 중국 전 지역에 코끼리가 살았지만 기후가 한랭해지면서 코끼리 서식지가 남하했고, 숲이 경작지를 대체하면서 코끼리가 점점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비가 살던 시대에는 코끼리의 모습을 죽은 코끼리의 뼈로밖에 추측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것이 현재 눈앞에서 찾을 수 없는 미지의 이미지를 그린다는 뜻의 글자가 ‘코끼리 상象’이 된 연유다. 막연히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완전히 새로운 것을 그려내는 것은 쉽지 않다. 구체적 실체의 단서가 되는 뼈라도 있어야 상상이 가능하다. 결국 상상도 보는 것에서 출발한다. 정민의 <일침>에 나와 있듯 상상은 “이미지를 유추해 본질에 도달하는 것”이다.
210~211. “좋은 것은 종종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종종 좋은 것이 아니다.” 마윈 회장의 말이다. (중략) 하버드 대학교 경영대학원의 제럴드 잘트먼 교수는 그의 저서
214. 독일의 전신인 프로이센 왕국을 유럽의 강국으로 키운 프리드리히 2세는 1774년 대흉작으로 기근이 오자, 전국에 구황작물인 감자를 재배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곡물이 밀 위주에서 밀과 감자로 양분되면 밀(빵) 가격 폭등을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8세기의 프로이센 국민들은 감자가 한센병을 일으킨다고 오해하고 악마의 식물로 여겼다. 아무리 국왕이라도 감자 소비를 강제로 확산시킬 수는 없었다. 농민들은 보급된 씨감자를 불태우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심지어 감자 재배를 거부하다 사형당한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그래서 프리드리히 2세는 다른 방법을 선택한다. 감자는 이제부터 왕실 채소이며, 왕족만 먹을 수 있다고 선포한 것이다. 자신의 식탁에 매일 감자를 올리고 왕실 전용 농장에 감자를 심어 경비병을 밤낮으로 세워놓았다. 그러고는 일부러 경비를 허술하게 하여 농부들이 감자를 훔쳐가게 두었다. 그랬더니 감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어느덧 감자를 재배하는 거대한 규모의 지하경제가 형성되었다. 농민들의 인식을 변화시킴으로써 감자가 소비되게 만든 것이다.
215.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이른 봄날, 뉴욕에서 어느 시각장애인 한 명이 구걸을 하고 있었다. 걸인은 푯말을 하나 들고 있었는데,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장님이었음. 지금 배가 고파서 죽을 지경임!” 거리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무심히 지나치기만 할 뿐 누구도 걸인에게 돈을 주지는 않았다. 그걸 지켜보던 한 사람이 안타까운 마음에 걸인에게 가서 푯말을 뒤집어 새로운 문구를 써주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지나가던 사람들이 하나둘 멈춰서 돈을 건네고 애정 어린 격려까지 해주고 가는 것이 아닌가. 걸인의 푯말에 새로 적혀진 문구는 이것이었다. “봄이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봄을 볼 수 없습니다.” 앞선 문구가 이성을 자극하는 강요하는 듯한 메시지였다면, 새로운 문구는 감성을 자극해 동정을 유발해냈다.
216~217. 2005년 한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BMW코리아와 현대자동차가 VIP 의전용 차량을 비롯해 각종 차량을 제공했다. BMW코리아가 각국 영부인과 고위관료들이 이용하도록 7시리즈 88대를 포함해 총 150대를, 현대자동차가 VIP 의전용으로 에쿠스 리무진 44대를 포함해 각종 승용차와 버스 424대를 제공했다. 행사 기간 동안 각국 정상들이 탄 차량은 매스컴에 자주 노출됐고 홍보 효과는 충분했다. 그러나 행사가 끝난 후 정상들이 탔던 차량의 처분 문제가 남아 있었다. 며칠밖에 안 쓴 차라도 중고는 중고였다. 이때 같은 상황에 놓인 두 자동차 회사는 서로 다른 선택을 했다. 결과적으로 BMW코리아의 7시리즈 88대는 전부 일반 고객에게 판매되었다. BMW코리아는 정상회의 전에 미리 선계약을 받았고, 특별한 마케팅 없이도 순식간에 매진되었다. 정상회의 후 차량 처분 문제를 정상회의 전에 모두 해결한 셈이다. 가격은 정상가의 5% 할인가 수준이었다. 그러나 2억이 훌쩍 넘는 차량을 구매한 사람이 1천만 원 아끼자고 산 것은 아닐 것이다. 이 차가 특별한 가치를 가진 한정품이기 때문에 구매한 것이다. BMW는 APEC용 차량을 만들 때 트렁크 왼쪽에 ‘APEC Limited’라는 배지를 붙여 희소가치가 있는 한정판으로 만들었고, 차량을 이용한 VIP의 사인을 받아 패널에 붙여 차량 구입자에게 함께 전달했다. 세계 각국의 퍼스트레이디나 외무.통상장관이 이용했다는 점을 강조하여, 평범한 중고차가 될 수도 있었던 것을 순식간에 특별한 기념품으로 변모시킨 것이다. 반면, 현대자동차는 렌트카 회사에 크게 손해 보지 않는 선에서 적당한 가격에 팔았다.
220~221. 일본 농림수산성의 2015년 식량 자급률 자료에 따르면 1인당 쌀 소비량은 1962년 118kg에서 2015년 54.6kg으로 크게 줄었다. 일본 전체의 쌀 소비량도 1963년 1,341만 톤으로 역대 최고치를 달성한 이래 감소하기 시작해 2014년에는 851만 톤으로 줄었다. 하루 한 번 이상 밥을 먹는 사람의 비율은 1992년 71.4%에서 2014년 53.5%로 줄었다. 쌀 소비는 지금까지도 계속 줄어들고 있고, 이러한 추세는 쌀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 중국, 대만 등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아코메야는 쌀의 위기 시대에 시작되었다. 모두가 위기라고 하는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내는 것이 탁월한 안목이다. 비즈니스는 산업 전체를 이끌어가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산업이 위기여도 특정 비즈니스는 기회일 수 있다. 그러니 산업의 위기라는 식의 일반론, 추세 흐름에 너무 주눅들 필요는 없다.
226~227. 다이슨 RDD(연구 디자인 개발) 센터에 내걸린 슬로건은 이것이다. “디자인이 진정 아름다운 순간은 오직 완벽하게 작동될 때다.”
228~229. 다이슨의 날개 없는 선풍기에 대적할 만한 선풍기는 발뮤다BALMUDA의 그린팬이 아닐까? 전기 선풍기가 발명된 지 127년 만인 2009년에 날개를 없앤 것이 다이슨이라면, 2010년 발뮤다는 오히려 날개를 더 추가했다. 날개가 열네 개인 이중 팬 구조로 바람이 닿는 면적을 넓히고 소음이 최소화된 특수 모터를 달았다. 당시 선풍기 제조업은 사양산업이었다. … 게다가 고가 선풍기 시장에서는 다이슨이라는 탁월한 브랜드가 날개를 없애버린 혁신 제품으로 주도권을 잡은 상태였다. 발뮤다 선풍기의 출시가는 3만 7천 엔으로 분명 비싼 제품이었다. 발뮤다는 왜 이런 비싼 선풍기를 만들었을까? 발뮤다의 창업자이자 CEO 테라오 겐이 여러 인터뷰에서 한결같이 하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시장이 아닌 소비자를 보고 제품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그는 시장에서 무엇이 잘 팔릴까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무엇이 필요할까를 고민한다. 이는 경쟁자와 시장을 다투는 마켓쉐어가 아닌 소비자의 욕망이자 일상을 분석해 문제를 해결하는 라이프쉐어의 본질이자 제조 비즈니스의 기본이기도 하다.
230. 발뮤다의 경영 이념 ‘최소로 최대를’은 최소한의 부품으로 제품을 만들고, 최소한의 디자인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의미다. 제품의 기능과 성능을 내세우는 대신 선풍기는 ‘시원함’, 토스터기는 ‘맛’이라는 가장 본질적인 목적을 강조한다.
236~237. <모노클>은 골수 팬을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 비즈니스가 미래 미디어 산업의 아주 중요한 전략임을 보여주고 있다. 광고를 통한 수익이 아니라 콘텐츠 자체의 유료화에 집중하는 것이 잡지의 생존 모델이고, 결국 대체 불가능한 콘텐츠를 확보해 특정 타깃 독자들에게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본다면 잡지, 신문, 라디오, 출판 등도 올드 미디어라는 이유만으로 무작정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특이하게도 <모노클>은 정기 구독을 하면 한 권씩 살 때보다 더 비싸다. 기존의 상식으로는 그 반대여야 한다. 하지만 <모노클>은 정기 구독자들에게 잡지 외에 특별판을 무료로 제공하고 선물이나 비즈니스 클럽, 이벤트의 초대 기회를 준다. 정기 구독을 해야만 <모노클> 홈페이지의 온라인 콘텐츠도 모두 볼 수 있다. 잡지 이상의 것을 누리는 사람들이 바로 정기 구독자인 셈인데, <모노클>에 대한 일종의 소속감까지 갖게 만든다. 새로운 독자를 유치하기보다 기존 독자를 유지하는 데 더 집중한다. 기존 독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언제든 다시 꺼내서 읽어볼 수 있는 소장 가치가 있는 잡지를 만드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잡지의 형태지만 시리즈 성격의 책에 가깝다.
237~238. 잡지의 이름인 ‘Monocle’이라는 단어는 19세기 상류층의 상징이자 멋쟁이의 상징인, 동그란 알만 하나 있는 단안경을 뜻한다. 가는 실크 끈이 달려 있어 목걸이처럼 걸고 다니다가 필요할 때 눈 언저리에 대고 살짝 끼고 본다. 세상을 보는 도구이면서 계층과 취향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안경이 잡지 <모노클>이 지향하는 가치인 셈이다. <모노클>이 ‘모노클 미디어 키트 2014′에서 밝힌 그들의 타깃 독자는 도시에 거주하는 MBA 졸업 이상의 학력 수준을 가진 금융, 정부, 디자인과 관광 산업의 CEO나 기업가들이다. 그들의 연간 수입은 평균 20만 7천 파운드(3억 원 이상)이며, 연간 10회 이상 비즈니스 출장을 가고 다섯 번쯤 휴가를 떠나며, 지식과 디자인에 민감하고 예술, 자동차, 시계, 패션, 인테리어 등에 투자하는 소비자다. 트렌드를 주도하거나 앞서가는 사람들이 주요 독자인 셈이다. 대부분 잡지들의 주 고객층인 2030들만 보는 가볍고 트렌디한 잡지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20대 자녀들을 둔 성공한 4050들이 더 중요한 독자층이다. 소비력과 영향력이 높은 독자들, 다양한 콘텐츠를 통한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독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독자 1인당 매출이 아마 전 세계 어떤 매체보다 월등할 것이다. 한편 <모노클>은 각 나라별로 진출할 때도 언어 변환을 하지 않는다. <모노클>은 인종, 국적, 나이, 직업에 상관없이 영어로 교육받고 자유롭게 영어를 구사하며 전 세계를 상대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하는 글로벌 잡지이기 때문이다. 오로지 영어로만 잡지를 전 세계에 파는 것이다.
238~240. “당신이 읽는 것이 곧 당신이다.” <모노클>의 대표이자 편집장인 타일러 브륄레의 말이다. 책이나 잡지를 스마트폰이나 전자책 단말기로 볼 땐 내가 무엇을 보는지 주변 사람들이 알기 어렵다. 그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으로 보일 뿐이다. 하지만 매력적인 책이나 잡지를 들고 있다면 취향과 개성이 좀 더 분명히 드러난다. 종이로 읽을 때 노출되는 브랜드가 결국 읽는 사람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종이 매체가 좀 더 우아하고 고급스럽고 스타일리쉬하게 보일 가능성이 크다. <모노클>이 지향하는 타깃 독자는 향후에도 가장 안정적으로 잡지와 책을 소비할 사람이기도 하다. 이러한 것이 비즈니스 안목이자 잡지 산업의 미래를 꿰뚫어보는 시각이다. 아무리 잡지 산업이 위기라 해도 우리는 여전히 읽을거리를 원한다. 좋은 책, 좋은 잡지, 좋은 콘텐츠는 계속 필요하다. 여기에 돈을 쓸 여력이 있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다. 어쩌면 잡지의 위기라는 말은 현 독자들의 콘텐츠 수요에 대한 면밀한 이해와 계획 없이, 과거 방식대로만 일해오던 기업들이 하는 자기위안적 발언일 수도 있다. 엄밀히 말하면 잡지의 위기가 아니라 달라진 환경에 맞게 새로운 콘텐츠 비즈니스를 펼치지 못하는 기업들의 위기다.
241~242. <모노클>은 처음부터 온라인 콘텐츠 유료화를 시작한 매체다. 양질의 콘텐츠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시도한 전략이었다. 그리고 잡지 구독자들이 어느 나라에 거주하고 있건 무료로 배송한다. 잡지 가격보다 해외 배송비가 더 비싸더라도 말이다. 그들은 글로벌 시대에 멀리 있다고 배송비를 부과하는 것은 벌금과도 같다면서 손해를 보더라도 무료로 보내겠다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모노클>을 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동일한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철학 때문이다. 잡지 판매를 사업의 전부로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실히 알 수 있다. 잡지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 다양한 사업으로 확장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잡지 콘텐츠의 질이 우수해서다.
242~243. 항공기 제조 비용 중에서 엔진의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최소 25%다. 대형 항공기 한 대가 수천억 원 정도니 엔진만 수백억 원에서 1천억 원대에 이른다. 엔진 제조 비용이 상승하면 보잉과 에어버스 같은 항공기 제조업체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 점을 파악한 롤스로이스는 비즈니스 모델을 기존의 ‘판매’ 방식에서 ‘리스’ 또는 ‘서비스’ 방식으로 전환했다. 항공기 제조사가 큰돈을 들여 엔진을 구매하는 대신 항공기 운항 시 엔진 가동 시간에 따른 사용료만 내면 되었다. 이를 위해 엔진에 다양한 센서를 부착해 온도, 공기압, 속도, 진동 등 항공기 운항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했다. 이런 정보는 단순히 과금을 체크하는 데만 끝나지 않고, 엔진의 상태를 진단해 사전에 정비하거나 연료 절감을 위한 엔진 제어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며 수익을 창출했다. 그 결과 롤스로이스는 GE나 P&W를 제치고 민간 항공기 엔진 시장에서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245~247. 자포스Zappos가 다른 수많은 온라인 신발 쇼핑몰과 다른 점은 무엇이었을까? 가장 큰 차이는 신발이 아닌 서비스를 판다는 점이다. 고객센터나 콜센터는 대부분 구색 맞추기용 부서인 경우가 많지만, 자포스에서는 핵심 중에서도 최고 핵심 부서다. 이름도 콜센터가 아닌 ‘콘택트센터Contact Center’라 부른다. 이곳은 전화뿐 아니라 메일, 라이브 채팅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고객과 접촉한다. 콘택트센터는 연중무휴 운영하고, 반품 창구도 365일 열려 있다. 심지어 반품 시 배송비도 무료다. 그런데 자포스의 콘택트센터에는 매뉴얼이 없다. 고객센터나 콜센터를 운영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매뉴얼을 다 가지고 있다. 고객들이 많이 하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나 상황별 대응 방법 등 회사의 공식적인 입장을 만들어두고 담당자가 당황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효율적인 대응을 위해 강구한 방법이다. 하지만 자포스의 콘택트센터에서는 담당자가 스스로 판단해 대응한다. 콜센터 담당자가 모든 권한을 위임받는 책임자인 것이다. 외부 아웃소싱도 하지 않으며 100% 정규직이다. 다른 기업에서는 비용 절감을 위해 노동력이 싼 지역에 콜센터를 두거나 외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콜센터를 핵심 부서로 생각하지 않는 기업들로서는 그게 합리적 선택이다. 자포스의 콘택트센터에서 250명을 모집했더니 2만 5천 명이 지원한 적도 있다. 다른 기업보다 월급을 더 주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선망하는 자리가 된 것은 권한 때문이다. 고객을 응대하는 담당자가 가진 권한의 힘은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한 고객이 입원 중인 어머니를 위해 자포스에서 신발을 샀는데 어머니가 한 번도 신어보지 못하고 사망하자(규정상 구매 후 15일이 경과하면 반품 및 환불 불가) 자포스는 신발값을 환불해줬을 뿐 아니라 장례식에 근조 화환과 카드도 보냈다. 물론 콜센터 담당자의 즉흥적인 판단이자 결정이었다. 만약 고객이 원하는 신발이 자포스에 없을 경우 다른 쇼핑몰을 검색해서 고객에게 구매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자포스 콘택트센터 직원들의 환상적인 서비스 사례는 셀 수 없이 많은데, 이것이 입소문이 나며 고객의 재구매로 이어졌다. 고객들이 사랑하는 기업이 되는 것보다 강력한 마케팅은 없다. 아마존이 자포스를 인수할 때 내건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가 콘택트센터를 변동 없이 유지하는 것이었다. 아마존이 쓴 12억 달러라는 돈 중 상당수는 콘택트센터의 가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47. 휴넷에서는 입사자가 수습 기간 종료 후 3개월 이내에 퇴직을 희망하면 200만 원의 보너스를 지급한다. 일종의 퇴사 보너스인데, 회사 비전을 공유하고 오랫동안 함께 성장할 직원들을 추리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249~250. 앨런 멀럴리는 2006년부터 2014년 6월까지 포드의 CEO였다. 우리가 기억하는 그는 위기와 연관되어 있다. 미국 최고의 자동차 회사 포드를 위기에서 살려냈고, 세계 최고의 하공기 회사인 보잉도 그의 지휘 아래 위기를 극복했다. (중략) 위기 극복은 실패에 대한 태도 변화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앨런 맬럴리는 취임 후 방대한 조직의 수많은 임원들에게 업무 보고 시 신호등의 빨간색, 노란색, 녹색 등을 들게 했다. 진행 중인 사업이 문제 없이 잘될 것 같으면 녹색, 실패할 조짐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노란색, 실패가 확실해서 위험하다 여겨지면 빨간색을 켜놓고 발표하게 한 것이다. 첫 6주 동안 모든 임원들은 녹색 등만 켰다. 당시 170억 달러가 적자이던 상황임에도 임원들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던 셈이다. 앨런 멀럴리는 현실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는 임원은 즉시 해고하겠다고 엄포를 놨고, 그로부터 2주 후 처음으로 빨간색 등이 나타났다. 하지만 그는 이 보고에 화를 내긴커녕 현실을 제대로 알려줘서 고맙다며 해당 부서가 위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무엇을 하든 회사가 200% 이상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조직에서 위기는 숨기는 것이 아니며, 위기를 빨리 말할수록 회사에서 개선할 수 있는 시간과 자금을 투입해준다는 믿음과 문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257. 구글의 교육책임자 제이미 카삽이 말했다. “아이에게 무엇이 되고 싶은지 묻지 말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지 물어보세요. 그럼 대화는, 누구를 위해 일할 것인지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로 바뀝니다.”
_ 김용섭, <실력보다 안목이다>, 인플루엔셜,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