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대입제도를 지향했으나 2022학년도 수능은 지금보다 더 복잡해졌고, 대입에서 학생들의 선택 폭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현재의 수능 점수체제도 복잡한데, 2022학년도 수능은 공통과목 + 선택과목 조합 형태로 바뀌었다. 국어 2과목 중 택 1, 수학 3과목 중 택 1, 탐구영역 17과목 중 택 2라는 복잡한 응시 영역 조합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점수 체계도 절대평가 등급, 상대평가 표준점수와 변환표준점수, 백분위까지 섞이게 되어 대학들은 매우 복잡한 환산 공식을 만들 수밖에 없다.
선택과목에 따라 합격과 불합격이 달라지는 현 수능 점수체제는 조속히 개선돼야 한다. 수능 원점수의 변환에 따른 왜곡, 탐구영역 등 선택과목에서의 특정 과목 쏠림 현상, 인위적인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문항에 따라 서로 다른 배점을 부여하고 지엽적인 내용을 꼬아서 출제하는 관행, 대학마다 서로 다른 복잡한 수능 점수 환산 방식, 이것들도 입시를 복잡하게 만든다.
해결책은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협력 체제 구축에 있는데, 정부의 대책은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분절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의 수시모집 면접 방식을 공통문항 출제 방식에서 탈피하여 학생부 기록을 확인하는 “학생부 기반 학생 맞춤형 면접”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그래야 학생부 기록과 평가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학교 밖에서 사교육을 통해 만들어진 기록의 진위를 다수의 교사가 학교 내에서 자체 검증하는 제도적 장치를 당장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재의 위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성취평가제는 상위권 대학의 교과 전형을 종합평가 방식으로 전환하게 만든다. 학점제는 수능이라는 국가 주도 표준화 시험과 어울리지 않는다. 현행 방식의 대입제도는 유지될 수 없다. 비록 지금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지만, 학생부종합전형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 진화해갈 것이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현 대학입시에서 학교의 변화를 담아낼 수 있는 전형요소는 학생부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창의적 사고력과 자기주도적 학습역량은 수업 혁신을 통해 길러질 수밖에 없고, 수업 혁신과 맞물리는 대입 전형요소는 학생부이며, 학생부는 종합적 평가 방식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
각 교육청이 고교-대학 연계 포럼을 운영하여 대학과 고등학교가 직접 소통하는 광장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와 대학이 정하는 방식은 민주적이지 않고, 국민에게 묻는 공론화 방식은 효율적이지 않았다. 새로운 민주적 절차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먼저 교육과 평가의 주체가 만나는 고교-대학 연계 포럼을 구성하여 학생부 기록과 평가의 일체화를 추진해야 한다.
논의의 첫 단계는 수시모집과 정시모집의 통합이다. 수시모집과 정시모집의 통합에 대하여 대학은 전형 기간이 부족하거나 학생을 선발할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이런 문제들은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반면 수시모집과 정시모집이 분리된 현실에서, 더 좋은 학교 교육을 위한 선생님들의 노력은 입시라는 장벽에 부딪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학교 교육을 마무리한 후에 대학입시를 시작하자. 그래야 학교가 학교다운 학교가 될 수 있다.
_ 김경범, “수시모집과 정시모집을 통합하자!“, 2019.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