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4. 화를 표현하는 이유가 관계를 세우기 위해서라면 ‘긍정적인 화’지만, 자기 욕구만 내세우는 화라면 ‘부정적인 화’다. 스스로 자신의 욕구만을 중시했다는 생각이 든다면 슬로투앵거(slow to anger), 즉 늦게 화를 내도록 노력해야 한다.

186~187. 문학평론가 고봉준의 ‘속물의 계보학’이라는 논문을 보면 옥스포드와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입학시험을 칠 때 귀족과 구별하기 위해 평민 학생 이름 옆에 시네 노빌리타테(sine nobilitate, without nobility)라고 적어놓았다고 한다. 여기서 속물이란 단어가 생겨났단 얘기다.

234. 감정 쓰레기통 역할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한 영역이다.

239~241. 먼저 말을 할 타이밍을 찾는다. … 말하는 태도와 수위를 미리 결정해놓자. 예상 대본이 필요하다. 이때 상대의 반응, 내 말에 대한 답변, 내가 속마음을 꺼냈을 때의 분위기 등을 시뮬레이션 해보자. … 무엇을 이야기할지 정리하자. 그런 후 입 밖으로 잘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자신의 욕구를 정확히 인지해야 함은 물론, 미리 연습도 해야 한다. “뭘 그렇게가지 해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의 말’로 체화한 뒤에 이야기를 꺼내는 것과 막연하게 생각만 하다가 그 자리에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그 결과가 확연히 다르다. 또한 말을 꺼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주고, 대화 도중 상대의 표정이 안 좋게 변하더라도 할 말을 끝까지 할 수 있는 담력이 생긴다. … 자주 마주치는 지인을 상대로 ‘말 연습’을 해야 우리 삶도 그만큼 편해지는 법이다.

_ 성유미, <이제껏 너를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인플루엔셜,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