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 다시 문이 닫힌다”

황지우에 따르면 “하이틴 잡지에 실을 거니까 빨리 하나만 ‘긁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오 분 만에 쓴 시다. 줄 긁듯이 고민도 않고, 단숨에. 그런데 그렇게 쉽게 쓴 시를 사람들이 좋아해서 처음엔 좀 창피했단다. 그러던 어느 날 이산가족 상봉을 기념해 이 시를 낭송하는 것을 들었고 그때부턴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단다. 아마 나를 빌려 나왔지만 꼭 내 것만은 아닌 시의 운명을 받아들인 까닭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