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투고할 때부터 「뚱한 펭귄처럼 걸어가다 장대비 맞았어」를 맨 앞에 뒀어요?
A. 아뇨, 저는 「물속에서」를 맨 앞에 뒀어요. 그런데 당선되고 보니까 이 「뚱한 펭귄-」한테 너무 고맙고 이 시가 너무너무 좋아요. 이 시는 제목부터 정해놓고 쓴 시예요. 제가 ‘뚱한 펭귄’이라고 생각하고 쓴 시고요. 퇴고도 정말 오래했어요.
난 웃는 입이 없으니까 조용히 흘러내리지
사람들이 웅덩이를 밟고 지나가
더 아프려고 밥도 꼬박꼬박 먹고 알약도 먹어
물처럼 얼었다 녹았다 반복되는 하루
친구라도 만들어야 할까? 우동 먹다 고민을 하네
무서운 별명이라도 빨리 생겼으면 좋겠다
약 먹고 졸린 의자처럼 찌그덕삐그덕 걷고 있는데
사람들은 화가 나면 의자부터 집어던지네
난 뾰족하게 웃는 모서리가 돼야지
살아본 적 없는 내 미래를 누가 부러뜨렸니!
약국 가서 망가진 얼굴이나 치장해야지
뒤뚱뒤뚱 못 걸어야지
난 은밀한 데가 조금씩 커지고 있어
몸은 축축해 곰팡이가 넘치는 벽이 되려고 해
사람들이 깨트리기도 전에
계란프라이처럼 하루가 누렇게 흘러내리고
탱탱하게 익어가는 구름들아 안녕
누가 좀 만져주면 좋겠지만
뚱하게 걷다보면 장대비가 내리고
집에 뛰어들어가도 계속 비를 맞는다
터진 수도관을 고칠 수 있는 사람들이 없다 난
자꾸 흘러넘치는데 바닥을 닦아낼 손이 안 보이는데
갈 데가 없어 혼자 미끄럼틀을 타면
곁을 지나가던 어깨들이 뭉툭 잘려나가지
떨어진 난, 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