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과 2009년 시즌을 쉰 우즈가 2010년 들어 경기에 복귀했을 때, 우즈가 좀 더 자숙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국내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되어 물의를 일으켰던 연예인들이 잠시 쉬다가 복귀할 때 벌어지는 논란과 비슷한 것이다. 더군다나 나이키가 우즈의 복귀에 맞춰서 우즈를 주인공으로 한 새 광고를 찍었다는 이야기가 알려지자 더 큰 비난의 소리들이 흘러나왔다. 나이키 불매 운동을 해야한다는 견해도 있었다.

그런데 막상 TV에 방송된 광고는 이런 논란들을 순식간에 잠잠하게 만들었다. 이 광고에는 나이키 모자와 옷을 입은 우즈가 약간 슬픈 표정으로 등장한다. 그는 30초 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화면만 바라본다. 광고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는 당시 이미 고인이 된 우즈의 아버지 얼 우즈의 목소리다. 타이거 우즈를 훈계하는 내용인데, 화면에 타이거 우즈의 얼굴이 클로즈 업 되면서 “너 이번에 무슨 교훈을 배웠니?”라는 말로 끝난다. 그리고 우즈의 얼굴이 사라지고 나이키 로고가 잠시 화면에 비칠 뿐이다. 고인이 사망하기 전 방송에 출연하여 대담한 내용 중 일부 목소리를 따내어 광고에 사용한 것이다. 이미 작고한 아버지가 우즈를 꾸짖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은 놀랄만한 아이디어였다.

바로 이 광고 때문에 우즈를 비난하는 소리는 순식간에 잦아들었다. 나이키는 이 광고를 통해 우즈가 큰 교훈을 배웠고 많은 반성을 했다는 것을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도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했다. 물의를 일으킨데 대한 반성과 사죄, 그리고 재발 방지의 각오까지 단 30초 동안 함축적으로 담아낸 것이다. 만약 그 이전에 방송됐던 광고들처럼 우즈가 등장해서 멋진 폼으로 골프채를 휘두르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결코 이런 효과를 얻을 수 없었을뿐더러, 우즈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졌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짧은 30초의 광고로서 백 마디의 말 보다 더 큰 효과를 얻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