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하는 블랙홀이 처음에 어떤 모습이었는지 알려줄 연구 성과가 국내에서 나왔다. 우종학 서울대 교수 연구팀은 10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일반적인 블랙홀보다 질량이 1000분의 1까지 가벼운 ‘중간질량’ 블랙홀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블랙홀의 기원에 대해서는 ‘가벼운 씨앗’ 이론과 ‘무거운 씨앗’ 이론이 맞서 왔다. 가벼운 씨앗 이론은 별이 죽으면서 태양 질량 100배 정도의 작은 블랙홀이 생겼고, 나중에 우주의 수소 가스들을 집어삼켜 거대 블랙홀로 커졌다는 가설이다. 무거운 씨앗 이론은 초기 우주에서 이번과 같은 중간 크기 질량의 블랙홀이 먼저 생겼다는 내용이다. 우 교수는 “이번 블랙홀이 무거운 씨앗에서 기원했다면 초기 우주에 나타난 원시 블랙홀의 흔적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질량이 작은 블랙홀은 중력이 미치는 공간이 작아 지구에서 관측하기 어렵다. 연구진은 이른바 ‘빛의 메아리(light echo)’ 효과를 이용해 블랙홀의 질량을 측정했다. 빛의 메아리는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빛이 블랙홀 주변을 회전하는 가스구름에 반사되는 효과를 말한다. 연구진은 가스구름에 반사된 빛과 블랙홀 중심으로 빠져들어 가는 물질이 내는 빛이 각각 지구에 도달하는 시간의 차이를 알아내 블랙홀 중심에서 주변 가스구름까지의 거리를 계산했다. 이를 토대로 블랙홀의 질량을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