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호 여사가 남긴 말은 1971년 남편의 첫 대선 도전 때부터 남달랐다. 김 전 대통령이 신민당 대선 후보로 나서자 찬조 연사를 통해 시민들에게 “만약 남편이 대통령이 돼 독재하면 제가 앞장서서 타도하겠습니다”라고 외쳤다.

이 여사는 1972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유신 쿠데타를 일으키고 해외에서 유신 반대 투쟁을 하던 김 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당신만이 한국을 대표해서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정부에서는 당신이 외국에서 성명 내는 것과 국제적 여론을 제일 두려워한다고 합니다. 특히 미워하는 대상이 당신이므로 더 강한 투쟁을 하시라”고 독려했다.

김 전 대통령은 결국 1977년 징역 5년이 확정돼 진주교도소로 이감됐다. 옥바라지를 하던 이 여사는 수백 통의 편지로 남편에게 용기를 불어넣었다. 그는 편지에 “하루를 살더라도 바르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값진 일이겠습니까. 그렇기에 우리들은 당신의 고통스러운 생활에 마음 아파하면서도 떳떳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라고 썼다.

남편을 겨냥한 권력의 탄압은 1980년 신군부가 조작한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때 극한으로 치닫는다. 이 사건으로 김 전 대통령은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이 여사는 그의 신념과 의지를 굳건히 지켜주기 위해 노력했다. 이 여사는 편지에서 “당신의 생이 평탄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더욱 당신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것입니다”, “당신은 언제나 피눈물 나는 노력을 했습니다.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바르게 살기 위해 발버둥 쳤습니다.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유난히 강했습니다. 그래서 받은 것이 고난의 상입니다”라며 시련을 이겨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