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간의 합리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1997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마일션 숄즈는 1998년까지 LTCM, 1999년 이후에는 PGAM이라는 헤지펀드(Hedge fund)에 관여했다. 두 펀드가 어떻게 됐나. 모두 파산했다. 이번 금융위기 이후 노벨상 받은 경제학자도, 은행장, 펀드 매니저, 명문대 교수도 정작 자신들이 하는 일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했다는 증거가 속출하고 있다. 지나치게 복잡한 파생상품은 금지해야 한다.” “정책을 세울때, 기본적인 경제학 지식은 있어야겠지만, 경제학 지식보다는 문제를 보는 통찰력, 자료를 모아서 판단할 수 있는 종합력, 추진력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 자본주의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경제위기가 왔는데 계속 기존의 이론이 옳다고 우겨서 되겠느냐. 일부 경제학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경제학이 가치중립적인 학문이 될 수 없다.”

2. “자유시장주의를 비판하는 것이 자본주의 거부를 의미하지 않는다. 자본주의가 현재 제일 나은 경제 시스템이다. 그것을 인정하면서도 자본주의를 충분히 비판할 수 있다. … ‘자유시장이다, 아니다’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시장’이란 개념에 이미 정치적인 판단이 개입돼 있다는 말이다. 예컨대 19세기 초 영국의 아동 노동금지 문제를 보자. 당시 반대한 사람들은 이게 자유시장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요즘은 아무리 자유시장주의자라 해도 아동 노동의 부활을 주장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경제학적으로 바뀐 게 아니라 정치학적으로 바뀐 거다. 어떤 규제를 가리켜 반(反)시장주의나 포퓰리즘이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그 의견이 맘에 안 든다는 뜻으로 보면 될 것이다.”

3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더 세상을 많이 바꿨다 얘기도 나오는데 흥미로운 주장이다.” “우리는 최근의 변화를 가장 혁신적이라 여기고, 과거의 변화는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볼때, 인터넷은 경제적·사회적 관점에서 세탁기를 비롯한 가전제품만큼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세탁기가 등장하면서 여성의 삶뿐만 아니라 남성의 삶, 사회 전체가 크게 바뀌었다. 고용시장이 변했고, 가족 내 역학 관계는 물론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가 달라진 것을 돌아보라.”

4. “교육이 나라를 부유하게 해주는 것은 아니다는 이례적 주장도 포함돼 있다.” “훌륭한 시민을 양성하기 위해 교육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지만, 경제를 위해 교육 하는 것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교육을 더 많이 시킨다고 해서 국가가 더 번영한다는 증거는 의외로 거의 없다. 고등교육에 대한 집착은 서열 매기기의 기능이 더 크다. 대학진학률이 너무 높아지면서 대학에 갈 필요가 없는 사람들도 가게 됐는데, 순수하게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자원낭비다. 하루 아침에 바꿀 수 없겠지만, 교육의 진짜 기능이 뭔지 돌아봐야 한다.”

* “장 교수는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최고의 비평가(the best critic of capitalism)이지만, 반(反)자본주의자하고는 거리가 멀다.”(guard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