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생명과학분야 논문검색엔진 펍메드(PUBMED)에서 ‘호기심’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지난 100년간 어림잡아 2만여 편의 ‘호기심’ 관련 논문이 출간된 것을 알 수 있다. 그중 2000여 편이 최근 2년간 출간됐다. 이유는 간단하다. 인공지능과 구별되는 인간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호기심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에게 호기심을 넣어줄 수 있을까’ 같은 질문에 답을 하고 싶어서다.
2. 사람은 어떤가? … 스스로 자극을 찾아 나선다.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그 질문에 대답하는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한다. 다시 말해, ‘자극-반응 체계’로 작동하지 않고, ‘질문-대답 체계’로 살아간다. (중략) 무엇이 지금의 인공지능과 인간을 구별 짓는가? 다양한 기준이 가능하지만, 그중 하나는 호기심이다.
3. 무릇 공부란 무엇인가? 우리가 세상에 대해 가지고 있는 호기심을 해결해가는 과정이다. 우리는 평생 학습하는 존재이지만, 어른이 되기 전에 충분한 학습과 공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어린이, 청소년들은 공부를 ‘내가 궁금한 걸 스스로 해결하는 과정’이 아니라, 세상이 머릿속에 넣으라는 지식을 입력하는 과정으로 경험한다. 인간인 우리 아이들을 인공지능처럼 대하고 있는 것이다. … 학생들이 스스로 만든 질문에 스스로 대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가르치지 않는다. 그것이 진짜 공부인데 말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막을 수 있었던 역사적 순간은 언제였을까?” “인간이 한순간 사라진다면, 500년 후 지구 표면은 어떻게 변할까?”에 답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경험해야 할 고민과 문헌 조사, 과학적 분석과 기발한 상상력은 과연 대한민국 청소년들에게는 사치일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했던 아인슈타인이 세상에 던진 메시지를 우리는 아직도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_ 정재승, 호기심을 거세하는 교육에 희망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