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여행 중 이탈리아 남부 타렌툼에 다다른 플라톤은 그곳에서 세력을 떨치던 수학자 피타고라스 후예들을 만나 깊이 사귀었다. 인간적 교분만 쌓은 것이 아니라 그들의 지식도 전수받았다. 수학의 세계를 들여다보고 그 세계의 아름다운 질서에 감동했다.” “나라 바깥을 떠돌다 기원전 387년 고향으로 돌아온 플라톤은 아테네 근교 아카데모스 숲속에 학교를 세웠다. 아카데미아라고 불리게 될 이 철학학교 입구에 ‘기하학을 모르는 자, 이 문을 들어서지 말라’고 써붙였을 때, 플라톤의 마음속에 사유의 변혁을 일으키겠다는 야심이 타올랐음이 틀림없다.” “왜 기하학이었을까.”

“기하학 원리상 삼각형의 내각의 합은 언제나 180도이다. 타렌툼에서 계산하든 아테네에서 계산하든 값은 동일하다. 어린아이가 계산하든 백발의 노인이 계산하든 내각의 합이 180도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의 삼각형은 어떤가. 아무리 반듯한 각도기로 재도 내각의 합이 정확히 180도가 되는 삼각형은 찾을 수 없다. 우리 주위의 삼각형은 어느 것도 기하학 원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 완전한 삼각형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기하학의 원리가 보증하는 그 완전한 삼각형에서 플라톤은 ‘이데아’를 발견했다. 현실의 삼각형은 그 이데아를 모방한 어설픈 복제물일 뿐이다. 이 생각을 좀더 밀고 나가면 아름다움의 이데아, 선의 이데아, 올바름의 이데아도 얼마든지 떠올릴 수 있다. 아무리 아름다운 미인도 어딘가 약점과 빈곳이 있다. 참된 아름다움은 현실 너머 이데아로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