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머이 정책은 베트남 공산당이 자신들의 정책 오류를 깨끗하게 시인하고 나라의 방향을 바꾼 용기 있는 결단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과거 자신들을 무참히 살상했던 우리나라, 미국, 일본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과거사에 대한 사과니 배상이니 하는 것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안하냐? 그럼 투자하라.’ 이런 모습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과거를 완전히 잊어버리고 줏대 없이 구는 것도 아니다. ‘과거는 잊지 않았으나, 구태여 배상 따위를 요구하지는 않겠다. 우린 약자가 아니라 강자니까’라는 이런 인상을 준다. 그래서 오히려 더 두렵게 느껴진다. 실리를 위해 명분을 감출 수 있는 사람이 명분을 크게 외치는 사람보다 더 큰 용기를 가진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