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인자’라는 칭호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를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인자’라는 칭호는 예수님의 인성을 강조하고 ‘하나님의 아들’이란 칭호는 예수님의 신성을 강조한다는 일반적인 견해가 있는데, 사실 이 견해는 잘못된 것입니다. 기독교 역사상 고대 교회로부터 그렇게 가르쳐 오기는 했지만, 그 고대 교회가 주로 희랍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인자’라는 예수님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던 것입니다. 즉 희랍 사람들이 히브리어의 숙어가 무슨 말인지를 제대로 모르는 바람에 고대 교회로부터 잘못 가르쳤던 것입니다.
‘인자’라는 칭호에 대한 두 번째 오해는 이 칭호가 유대 문서, 특히 묵시 문학에 유행하던 메시아에 대한 칭호 가운데 하나였다는 주장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예수님이 스스로 이렇게 ‘인자’라고 불렀을 때, 자기가 곧 메시아라는 것을 밝힌 것이었다고 주장하는 책들을 펴내기도 하는데,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선 이 말은 도대체 칭호로 쓰인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유대 문서에 ‘사람의 아들’이라는 표현이 더러 나오기는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처음으로 ‘사람의 아들’이라는 말에 ‘그’라는 관사를 붙인 표현, 즉 “그 ‘사람의 아들’”을 하나의 칭호로 만들었습니다. 따라서 이상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이 칭호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푸는 열쇠는 ‘그’라는 지시 관사에 있습니다. 유대 문서에 ‘사람의 아들’이란 말은 많이 나옵니다. 이 말은 단순히 ‘한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이것은 셈족 언어의 숙어입니다. 칭호가 아니었습니다. 이 표현에다 예수님이 ‘그’라는 관사를 붙임으로써 자기가 어느 특정한 사람이라는 것을 지적하고 있음을 나타냈고, 그리하여 ‘그’라는 관사와 더불어 ‘사람의 아들’은 하나의 칭호가 되었습니다.
다니엘 7장 13절에 ‘사람의 아들’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 말은 시편 8편에도 나오고 에스겔서에도 여러 번 나옵니다. 다니엘이 환상 가운데 하나님을 보고 하나님 앞에 구름을 타고 오는 한 분을 보는데, 그분이 ‘사람의 아들’ 같이 생겼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사람의 아들’이라는 말은 칭호가 아닙니다. 어떤 한 분이 나타났는데, 그분이 사람 같이 생겼다는 의미의 표현입니다. 그분이 구름을 타고 왔다는 점에서 신적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구름은 오직 하나님이 나타나실 때에만 동반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천사가 나타나도 구름을 타고 나타났다는 말은 없습니다. 구름이 나타나는 현상은 하나님이 나타나시는 현상입니다. 따라서 다니엘서 문맥을 보면, 구름을 타고 오는 사람의 아들 같은 분이라는 것은 ‘한 사람의 신적 존재’임을 알 수 있으며 그 신적 존재가 ‘사람 같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자기를 “그 ‘사람의 아들’”이라 하셨을 때, 그리고 종말에 구름을 타고 천사를 동반하고 와서 이 세상을 심판하는 이로 나타난다고 하셨을 때, 분명히 다니엘 7장 13절을 두고 하신 말씀임을 알 수 있습니다.
_ 김세윤, <구원이란 무엇인가>, 두란노, 2001, 34~3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