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50녀 전, 일본 동경에서는 한 가지 병이 유행했다. 다리에 부종이 생기고 하지가 마비되는 증상, 식욕부진으로 말라죽는 사람도 많았다. 특이하게도 가난한 하층민은 걸리지 않고 부유한 사람들만 이 병으로 고통 받았고, ‘에도병’이라 불리며 일종의 사치병 취급받았다. 이 병의 이름은 각기병. 티아민, 즉 비타민 B1이 부족해 생긴 병이다. 18~19세기경 쌀이 주식이던 동아시아 지역에 쌀을 도정할 수 있는 기술이 보급되면서 껍질에 비타민 B1이 많이 들어있는 현미를 도정해 흰 쌀밥을 먹는 사람이 늘어났다. 하지만 백미는 맛있지만 비쌌기에 부자들만 먹을 수 있었는데, 그 때문에 오히려 병을 얻게 된 것이다. 비타민 B1은 잡곡 뿐 아니라 육류에도 다량 포함돼 있는데 일본은 불교의 영향으로 7세기부터 19세기까지 무려 1200년 동안 육류 섭취를 금지했고, 간장이나 된장만 있어도 밥을 먹고 반찬보다 밥을 많이 먹는 식습관으로 각기병이 더욱 유행했다. 반면 한국은 음식 전반에 많이 사용했던 마늘이 비타민 B1을 보충해줘서 환자가 드물었다. 각기병은 일본 군대에서도 크게 유행했다. 군의관은 식단을 조절하면 치유된다는 것을 알고 잡곡밥과 육류, 혹은 서양처럼 빵과 스프를 제공했지만 병사들의 반발이 심했다. 가난한 시골 출신인 대다수 군인들은 흰쌀밥을 먹기 위해 입대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개발해 낸 메뉴가 바로 카레라이스. 영국 해군이 주로 먹었던 카레 스프에 밀가루 전분을 추가해 밥과 잘 어울리도록 개량한 것이다. 카레라이스로 고기와 야채를 간편하게 섭취하면서 각기병 발생률은 2년 만에 급격히 줄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