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 러시아 시기 최대 농민반란이었던 푸가초프의 반란(1773~1775)을 소재로 푸시킨은 두 편의 작품을 쓴다. 하나는 역사서 <푸가초프의 역사>(1834)이고(황제 니콜라이 1세의 명령에 따라 <푸가초프 반란사>로 출간된다), 다른 하나가 역사소설 <대위의 딸>(1836)이다.”
“귀족 출신의 장교로 지방의 한 요새에 배속되는 그리뇨프는 근무지로 가던 중에 눈보라를 만난다. 다행히 한 농부를 길 안내인으로 만나서 도움을 받고 그에게 답례로 토끼가죽 외투를 건넨다. 이 농부가 정부군을 피해 은신 중이던 푸가초프였다는 사실을 그리뇨프는 나중에야 알게 된다. 자신의 요새가 반란군에 의해 함락되고 체포돼 농민 황제를 자처한 푸가초프의 면전에 나가서다. 푸가초프는 적군의 장교지만 그리뇨프의 후의를 상기하고 자비를 베푼다. 두 사람은 각각 반란군 수괴와 제국의 장교지만 서로 우정을 나눈다.”
“실제 현실에서는 벌어지기 어려운 이러한 장면은 소설의 말미에서 한 번 더 연출된다. 푸가초프의 반란이 진압되고 그리뇨프는 푸가초프와 내통했다는 모함을 받아 체포돼 반역죄로 처형당할 상황에 처한다. 이때 마샤가 그리뇨프의 구명을 위해 황실을 찾아가 한 귀부인과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나중에 그녀가 여제 예카테리나 2세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푸가초프가 그랬듯이 여제 역시도 그리뇨프에게 선처를 베푼다. 푸가초프의 환대와 예카테리나 여제의 자비는 실제 역사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비현실적 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