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나는 차를 공양하는 일본의 선사처럼 변해간다. 정성껏 얼굴을 씻고,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힌 다음, 조금씩 오래 씹어가며 천천히 식사를 한다. 그리고 매일 저녁 운동 삼아 긴 산책을 하고 일찌감치 잠자리에 든다. 이튿날 오전 일곱 시가 되기도 전에 나는 타자기 앞에 앉아 있다. 책 한 권이 끝날 때까지 때로는 이 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이 패턴을 유지한다. 나는 어떤 식으로든 글쓰기가 중단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글을 쓴다는 것은 매우 힘들고, 기력을 완전히 소진하는 일이기 때문에 아침나절에는 누구의 방문이나 전화도 반기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밤 열한 시끔 되면 내 몸은 늘 땀에 푹 절어 있다. 나는 대체로 느슨한 버뮤다 셔츠나 아주 헐렁한 티셔츠, 또는 넉넉한 스포츠 셔츠에 늘어진 양말, 늘어진 샌들을 즐겨 신는다. 그런 차림은 어떤 경우에도 나를 얽매지 않으며 손과 팔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더없이 편하다. 일을 할 때는 렌즈가 두꺼운 독서 안경을 낀 채 잔뜩 집중하는 편이다. 때로는 너무 장시간 동안 근거리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잠깐씩 창밖을 볼 때마다 세상이 흐릿하게 보이곤 한다.” _ 벅스 카운티, 펜실베니아 주 197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