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책 제목이 굉장히 자극적입니다. 한국은 특히 기독교 신자들이 대다수라, 길에서 부딪힌 사람 네 명 중 한 명은 기독교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기독교인들이 선생의 책 제목을 보면 놀라기도 하는데, 책 제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사실 책 제목은 제가 존경하는 독일 시인 파울 첼란의 시(빛의 강박, 1970)에서 따온 것입니다. 제가 간단한 시를 낭독해보겠습니다.
잘라라 그 기도하는 손을
하늘에서 허공에서
눈의 가위로
그 손가락을 잘라라
너의 입맞춤으로
이렇게 접혀진 것이 숨을 삼키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여러분들은 이 시를 듣고 어떤 느낌이 드셨는지 모르겠지만, 여기 나타난 내용은 단순한 종교적 경멸이나 폭력이 아닙니다. 이 시에는 일종의 격정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폭력 같은 것이 아니라,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새로운 격렬함이죠. 기도하는 손을 자르는 데 무엇으로 이걸 잘라내느냐. 눈의 가위, 입술, 입맞춤으로 잘라낸다고 돼 있습니다. 또 마지막 부분을 보면 접혀진 게 다시 나타난다는데, 일반적으로 접혀진 것은 책을 의미합니다. 이 시를 잘 읽어보시면 제가 종교적인 것에 대해 비판을 하는 게 아니란 사실을 아실 수 있을 겁니다. … 그들이 당시 무엇을 했습니까? 이전까지 존재하던 이 세상의 부정을 끊는 행동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사라진 이후에는 위대한 ‘책’들이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