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솔리니는 최후에 애인인 클라라와 함께 총살을 당하고, 시체는 광장에 공개되었대. 군중이 그 시체를 향해 침을 뱉고 매질을 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시체를 거꾸로 매달게 되었는데, 클라라의 치마가 뒤집혔지. 군중들은 굉장히 즐거워했대. 죽여준다, 속옷이 훤히 다 보인다 하며 흥분했겠지. 어느 시대건 그러기 마련이지. 남자들이란. 아니, 여자들도 그랬겠지. 그런데 그때 한 사람이 손가락질을 받아가며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치마를 올려주고 자신의 허리띠로 묶어서 뒤집히지 않도록 해줬대. 무섭지 않았을까? 네놈은 저 여자를 편드는 거냐, 하며 욕설을 퍼붓고 폭력을 휘두른다 해도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니었을까. 미츠요 씨는 소중한 물건에 숨을 불어넣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사실 나는 늘 최소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
이사카 고타로, <마왕>, 286-28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