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 개인적으로 말하면, 할 수만 있다면 그런 나라들에서 존재하지도 않는 정통(사실은 그렇게 불릴만한 것이 있어봤자 기껏해야 ‘주류’인 것)을 배우기 보다, 차라리 (속류가 아닌) 이단이 되고 싶다. 그 잘난 정통을 열심히 익힌 사람들은 한국에서나 폼 잡을 수 있을 뿐이지, 정작 외국에서는 그 정통의 위계 맨 밑바닥에서 발닦기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2. “예전에 참석한 어떤 세미나에서 옥스포드대의 교수 한명이 ‘내러티브와 정체성: 하버마스적 페미니스트의 경우’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했다. 매우 유명한 사회학자 및 철학자 이름이 열명은 나왔다. 그리고 엄청 난해한 용어들을 구사하고 엄청 많은 추상적이고 이론적인 어려운 얘기를 했다. 누가 이런 얘기를 했는데 이것의 문제는 뭐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 그리고 누가 이런 얘기를 했는데 이것은 이런 점에서 비판 받아야 하고 … 등등. 하지만 현학적으로 과시만 했을 뿐 사기였다. 왜 사기인가? 그의 주장은 그럴듯하게만 포장이 되어 있지 우리에게 어떠한 도움도 주지 못한다. 왜냐하면 현실에 기반한 문제의식이 없기 때문이다.”

3. “간단히 말해서 내가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그저 관행에 따라 남들 하는 대로, 이를테면 요즘 뭐가 유행하니까 뭘 공부해야겠다는 식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가들의 도움은 물론 받지만, 대가들이 살지 않았던 그래서 그들은 잘 모르는, 하지만 자신은 살고 있고 따라서 그들보다도 어떤 의미에서는 오히려 더 잘 알고 있는 바로 그 현실적 맥락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길을 찾아야 한다. 대가들이란 우리와는 다른 시공간을 경험하고 따라서 다른 문제의식을 가지고 살았던 이들이기 때문이다.”

4. “영어에서 학습(learning)이란 말이 의미하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학교에서의 공부와는 거리가 좀 있다. 그것은 단순히 무엇이든 ‘알게 된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내가 결과를 알게 되면’을 영어로 쓰게 되면 “If I learn the result”인데 한국어 감각으로는 처음에는 상당히 어색해 보인다. 그런데 이러한 언어의 쓰임새는 영국에서의 학습 방법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 지금 바로 아무런 가공 없이 쓸 수 있는 답은 없다. 그것은 스스로 알아가야 한다.”

5. 정답은 있다. 그러나 그것은 “바로 입을 수 있는 기성복처럼 이미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답을 알아 나가는 것이고, 그 답을 알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