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까꿍’이라는 기묘한 제명의 논문(’Peekaboo’ in E. Margolies, ed. The Hidden Curriculum in Higher Education, 2001)에서 에드가 앨런 포의 단편소설 <도난당한 편지>를 제재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 마고리스는 ‘훤히 볼 수 있는’ 것이 오히려 인식되지 못함을 두고 감춰진 커리큘럼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2. 숨겨진 커리큘럼은 가치의 제도화를 통해 편성되어 [마치 ‘스펙’을 취득하면 그 ‘역량’을 갖추었다고 간주되는] 학교화된 사회 혹은 사회의 학교화를 조장한다. 학교중독증의 탈피, 이것이 바로 일리치가 역설하는 “Deschooling Society”의 요지이다.
3. 입학사정관제 관련하여 ‘만들어진 인재’(HRM)에 대한 비난이 적지 않은데, 기실 교과부의 혈안은 ‘인재 만들기’(HRD) 아닌가?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첫째, 교육은 “만들기”(making)인가? 둘째, “인재”(Talent)는 누구인가?
4. 만들기는 주체가 원하는 대상을 산출하는 것으로서 ‘인적자원의 역량 강화’로 귀결되며, 이러한 맥락에서 인재란 핵심역량이라 명명된 요소들의 기계적 측정치인 스펙을 보유한 인적자원을 지칭한다.
5. “취업을 앞둔 사람들은 취업에 성공하기 위해 이른바 ‘스펙’, 즉 취업자격요건을 준비합니다. 이것은 그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성격과 특성을 개발하는 것이 아닙니다. 생산과정에서 기계에 자신을 맞출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취직하고 싶은 회사의 이윤을 만들어내는 과정에 끼어들어가 부품이 될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 상품화되는 과정입니다.”
6. “자기조정 시장에서는 노동력도 상품이 되었으니 마땅히 필요할 때마다 척척 인간이 만들어져서 필요한 곳에 노동력을 공급해야 할 텐데 그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가령 남녀 한 쌍을 돼지 키우듯이 어느 한 곳에 가두어두고 정기적으로 관계를 맺게 하면 아이를 많이 생산할 수 있겠습니까? 불가능합니다. 왜 그렇습니까? 인간에게는 이렇게 살아도 되는가에 대한 자기반성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7.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나오면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인문학은 시장에서 경쟁이 안 되니까 설 자리를 잃었다. 그러므로 인문학에 대한 국가의 지원을 늘려야 한다. 학자들이 편하게 연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가만히 따져보면 돈이 없어서 위기가 왔다는 이야기입니다. 원인은 시장경제이고 처방은 국가지원이라는 것입니다. 위기에 대한 해법 자체를 돈에서 찾는 것은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것은 참으로 인문학적 태도를 가지지 못한 사람들의 처방입니다. 그들은 속된 말로 밥그릇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지, 사회가 지향하는 바 혹은 흐름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고 있지 못합니다. 인문학은 바로 그러한 근본적인 문제제기에서 성립하는 학문입니다.”
8. “우리의 삶의 최종근거는 무엇입니까? … 공자의 최종근거는 인(仁)입니다. <논어> 안연(顔淵) 편에 나오는 이야기를 보겠습니다. 안연이 ‘인’을 묻자 공자는 ‘극기복례(克己復禮)’라고 대답합니다. ‘사사로운 이익을 이기고 우주의 질서를 구현한 예로 돌아가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예(禮)”는 하늘의 이치에 맞닿아 있는 것을 가리킵니다. 중요한 말은 “복(復)”입니다. 본래 우리가 가지고 있었으나 어지러운 세상이 되어 사라진 예, 즉 ‘천리를 인간사회에 구현한 질서’를 회복하자는 것입니다.”(강유원, 2010: 513, 517, 522~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