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겔(Breughel)의 회화작품과 칼로(Callot)의 동판화가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듯이 군인은 중세 및 르네상스기 유럽에서는 증오의 대상이자 경멸의 대상이었다. 그들은 보통 사람들을 희생시키며 먹고 마셨을 뿐만 아니라 장교들조차 통제할 수 없는 존재였다. 그들은 아무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성 상납을 포함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차지했으며, 저항하면 고문하고 살인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던 망나니들이었다. … 왜 그렇게 오랫동안, 그렇게 많은 곳에서 군인들이 증오와 경멸의 대상이 되었던 것일까? 물론 악행을 저질렀기 때문에 미움을 받았고, 대개는 사회의 최하층 출신이었기 때문에 멸시를 받았다. 그들은 성실하게 살 수 없는 사람이거나, 부양할 수 없는 사생아의 아버지가 되거나, 도둑질 또는 강도질을 함으로써 스스로를 정직의 범위 바깥에 내던진 자들이었다. 입대는 그들에게 법망을 피해갈 수 있는 탈출구를 제공했다. … 빅토리아 시대 영국에서조차 사병들은 사회적 추방자였다. 허가 없이 결혼할 수도 없었고 결혼을 한다 해도 수입이 너무 적어서 아내를 부양할 수도 없었던 그들은 남부끄럽지 않은 신분에 낄 수가 없었다. 나중에 육군 원수가 되는 윌리엄 로버트슨(William Robertson)의 어머니는, 그가 군인이 되기 위해 공무원직을 그만두었을 때, ‘네가 군이 되는 것을 보느니 차라리 죽는 것을 보겠다’고 썼다(John Keegon, 1998: 105~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