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석탄, 증기기관, 방적기 등의 출현으로 촉발된 최초의 산업혁명은 왜 하필 중국이 아닌 영국에서 일어났을까?”

2. “경제학자 안드레 군더 프랑크(ReOrient: Global Economy in the Asian Age, 1998)에 따르면 1800년 이전에 중국 중심의 세계 구조는 유럽 중심의 세계 구조보다 훨씬 강력했다. 서구가 선두로 나서기 시작한 것은 19세기에 이르러서였다.” “이런 시각의 연장선상에 있는 포메란츠(Kenneth Pomeranz)에게 ‘영국은 왜 중국과 다른 운명을 겪었을까?’, 반대로 영국을 잣대로 ‘왜 중국은 영국과 명운을 달리했을까?’라고 질문하거나, ‘어찌하여 중국은 영국과 동일한 길을 가지 않았는가?’라며 의문을 갖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심지어 그런 질문들이 포메란츠 연구에 단초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것이 이른바 ‘상호비교’(Reciprocal Comparison)다.”

3. “포메란츠는 유라시아 대륙 양단에 위치한 영국과 양쯔강 하류 지역을 중점적으로 분석했다. 두 지역은 그의 표현대로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세계’였다. 포메란츠는 모든 사회·경제적 발전 지표를 찾아나섰다. 그 과정에서 양 지역이 단순히 대등한 정도를 넘어, 상당히 유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특히 인구밀도, 기대수명, 생활수준, 소비방식, 농업의 상업화 정도, 원형산업화(Pro-industrialㆍ본격적 산업화 이전 수공업 형태의 산업화) 활동 등에서 놀라울 정도의 유사성을 보였다.”

4. “대분기(Great Divergence)가 비롯된 것은 환경적 난관(Ecological Impasse) 때문이었다. 영국과 양쯔강 삼각주 지역이 환경적 제약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보인 차이가 두 지역의 운명을 갈라놓은 것이다. 영국은 당시 우연히도 두 가지 ‘축복’을 누리고 있었다. 그것이 두 지역의 운명을 판가름했다. 첫째로 영국은 석탄이 그리 땅속 깊이 묻혀 있지 않다는 특성과 채굴지의 위치가 소비 중심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지질학적 장점이 있었다. 반면 중국은 탄맥이 양쯔강 삼각주 지역에서 1500km나 떨어진 곳에 위치했다. … 두 번째 축복은 영국이 16세기 이래 구축한 해상제국주의 시스템의 위력에 있었다. 식민지 대농장은 본국인 영국에 비교적 값싼 농업 원료를 공급하는 한편, 노예 노동력을 제공해 생산비를 절감하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

_ 필리프 미나르(Philippe Minard) 파리 8대학 경제사회사 교수 · 고등사회과학연구원(EHESS)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