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본 학자들을 만나보니 마르크스에 관해서는 독일을 제외하고 자기들이 두 번째 지적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자신들이 원본을 번역해서 아시아에 전파했다는 것이다. 이들이 자본론이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이번에 독일어본을 직접 번역한 김에 우리의 독자적인 판이라는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강신준)

2. “군 제대 뒤 1977년에 복학했는데, <전환시대의 논리>와 <자본론>이 화제더라. 그래서 대학 도서관에 <자본론>을 신청했는데 당연히 안 나왔다. 서울 시내의 온 도서관에 신청했는데 아무데도 없다가 어쩌다 실수로 성균관대에서 그 책이 나왔다. 껍질(표지)은 겁이 나 복사를 못하고 다른 책의 커버로 씌워서 도서관 구석에서 조금씩 읽기 시작했다.”(강신준)

3. “강신준 교수는 김수행 교수의 <자본론>이 독일어 원전에 충실한 번역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강 교수가 번역한 메프(MEW)판도 마르크스 사후 엥겔스가 정리한 편집본이라 원전에 불충실하고, 옛 소련과 동독의 학자들이 주를 달아 발간한 전집이어서 정치적 왜곡(스탈린주의적 편향)이 있다는 비판이 있다.”(economyinsight) “맞다. 다만, 오해가 있다. 김 선배 번역이 원전에 충실하지 않다는 얘기가 아니라 문헌적으로 이게 좀 불안전하다는 것이다. 출처가 분명해야 한다. 번역한 텍스트가 한 개여야, 문제가 생기면 독자가 원본을 보면 된다. 그래서 나는 메프 번역판에 일일이 원본 페이지를 달아놨다. 그런데 김 선배 번역 책은 여러 개를 합친 것이다. 내가 번역한 메프판 말고 메가(MEGA)판이란 게 있다. 메가는 마르크스의 원고를 한 개도 빠짐없이 출판한 것이다. 그런데 메가는 주가 거의 없다. 어려운 내용이 많아 역주를 달아줘야 하는데 이게 불가능하다.”

4. “마르크스가 독일에서 쫓겨나 프랑스에서 있을 때 상당 기간 영어를 몰랐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도 프랑스어로 번역된 걸 읽었다. <자본론> 안에서 가장 많이 인용된 책이 <국부론>이다. 마르크스가 영어본을 독일어로 번역할 때 잘했다는 생각이 안 든다. 오히려 영어판에 있는 걸 보는 게 더 나을 수 있다.”(김수행) “메프에도 영어가 다 나와 있다. 독일어 바로 밑에 영어 원문을 넣었다.”(강신준)

5. “마르크스가 6권의 책을 쓰려 했는데, 그중 ‘국가’, ‘대외거래’, ‘세계경제’에 관한 글은 못 썼다. … <자본론>만으로 현재 일어나는 일을 다 설명하려는 건 무리다. 그것은 우리 과제다.”(김수행)

6. “<자본론>은 주식제도에 대해 ‘자본주의적 사적 산업의 지양이며, 그것이 확대돼 새로운 생산영역을 장악할 정도가 되면 사적 산업을 아예 절멸해버린다’고 했는데, 엥겔스가 쓴 건가?”(economyinsight) “맞다. 마르크스 때는 주식제도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다.”(강신준) “주식을 발행해 돈을 모은 주식회사가 사적 기업이 아닌 사회적 기업이 된다는 얘기다. 즉, 모든 사람이 주주가 되면 새로운 사회로 넘어가는 전환점이 된다는 뜻이다.”(김수행) “상당히 긍정적으로 본 것 같다.”(economyinsight) “나중에는 개별 자본가가 주식회사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독점적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김수행) “주식시장 구조를 민주화하면 좋은 방향으로 갈 소지도 있다. 그런데 지금은 대부분 기관투자가들이 독점력을 행사해 자의적으로 움직인다.”(강신준) “‘신용은 소수자에게 도박꾼의 성격을 점점 더 부여한다. 주식매매에서는 작은 물고기가 상어에게 먹히고 양이 이리에게 잡아먹히는 약육강식의 법칙이 작용한다.’ 이 대목은 지금의 증시를 놀랍도록 예측했다.”(economyinsight) “‘개미들아 조심해라, 들어가면 먹힌다’는 경고다.”(강신준)

7. “신고전학파와 케인스주의는 분석하는 입각점이 개인에서 출발한다. 반면 마르크스경제학은 분석 단위가 개인이 아닌 사회다. 신고전학파는 개인이 경제인·합리적 인간이어서 최소 희생으로 최대 효과를 내므로 그냥 놔두면 자본주의 경제가 잘 돌아간다고 주장한다. 케인스경제학은 그렇게 하면 시장 실패가 나온다고 보고 정부가 많이 개입해야 한다는 정도의 차이뿐이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사회는 기본적으로 자본가-노동자의 대립 공황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정부가 개입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김수행)

8. “우리가 누리는 경제적 혜택 중 인간의 노동이 들어가지 않고 만들어진 게 하나도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 노동자들이 부로부터 자꾸만 소외된다. 노동의 빈곤이다. 신고전학파와 케인스학파는 노동의 빈곤에 대해 관심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맨큐 경제학> 맨 앞에 ‘빈곤 문제를 다루는 것은 정책가의 일이지 경제이론가가 할 일이 아니다’라고 나온다. 자본주의 경제가 이전의 체제와 구분되는 건 ‘교환’이다. 교환이 확대되면서 봉건제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자본주의가 만들어졌다. <자본론> 1권이 상품으로 시작되는 이유다. 교환은 한 사람이 하는 게 아니고 반드시 두 사람이 하는 사회적 경제구조다. 그런데 주류 경제학의 경제모델은 ‘로빈슨 크루소 모델’이다. 개인만을 상정한 경제학이니까 당연히 사회적 경제구조를 분석할 수 없다.”(강신준)

9. “공황의 발발은 자본주의의 생산과 소비가 분리된 구조에서 비롯한다. 예를 들어 이건희 회장이 휴대전화를 1천만 대 만들면 이 회장 혼자 쓰는 게 아니라 1천만 명이 소비한다. 그런데 생산은 이 회장 한 사람이 결정한다. 생산은 개인적으로 이뤄지는데 소비는 사회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개인이 점쟁이도 아닌데 어떻게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살지 안 살지 그 속마음을 읽어 사회적 소비량을 딱 맞힐 수 있겠는가? 이런 모순이 공황을 만들어내는 것이다.”(강신준) “공황이라는 것은 자본 축적 과정에서 누적된 모순의 폭발이다. 공황을 통해 이 모순들이 일시적으로 해소되면서 회복을 부른다. 그렇기 때문에 자본주의 경제가 자동적으로 붕괴된다는 이야기는 전혀 말이 안 된다.”(김수행) “공황이라는 모순 안에 자본주의 이후의 생산체제로 넘어가는 단서가 있다. 생산은 사적으로 하는데 소비가 사회적으로 이뤄지는 두 성격 사이에 모순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게 공황으로 터져나오는 것이다. 이걸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생산의 의사결정을 사회화하는 것이다. 케인스가 1929년 공황을 어느 정도 완화한 건 틀림없는데, 그가 한 일이 바로 국가가 직접 개입해 생산에 사회적 성격을 부여한 것이다. 그러나 케인스는 자본주의를 수호하려 한 사람이니 생산에 대한 사적 소유를 완전히 철폐하진 않았다.”(강신준)

10. “양극화 사회에서 일반 대중은 자산이 극히 적고 분산돼 있다. 이걸 집중시키는 풀을 만들어내는 교두보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돈이 가장 많은 기관은 의료보험·고용보험 같은 연기금이다. 모두 노동자 봉급에서 떼는 거니 노동자들이 관리해야 맞다.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기구로 기금을 활용할 수 있다면 좋겠다. SSM 문제도 마찬가지다. 중소 슈퍼마켓이 연합해 기금을 만들어 이마트와 싸우면 이길 수 있다. 생계가 걸린 ‘보병’이 훨씬 많으니 이마트 직원보다 필사적으로 싸울 거다. 문제는 지휘자가 없다. 지난번 쌍용차 파업을 보면서 생각한 건데 노사가 함께 내는 2%짜리 연금을 만들어 절반의 운영권을 쥔다면 1년에 수십조원이 되는데, 이 돈으로 쌍용차를 사들여 이상적인 회사로 키울 수 있다.”(강신준)

11. “<자본론>은 자본주의 사회의 골격과 작동 원리를 설명했다.”(김수행) “마르크스가 <자본론>을 쓸 때 문제의식은 두 가지다. ‘혁명이 왜 일어났는가’, ‘혁명이 왜 실패했는가’다. 이 문제의식은 마르크스가 세상을 떠난 지 130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강신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