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드라마테라피를 정의하라고 할 때, ‘과정 중심의 연극적인 방법을 활용하는 심리치료의 한 영역으로서, 자격을 인정받은 치료사가 임상체계 안에서 안전의 원칙과 임상윤리를 준수하며 시행하는 임상작업’이라 할 수 있다. 즉, 드라마테라피를 할 수 있기 위해서 심리치료사로서 갖추어야 할 지식과 태도가 기본적으로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2. “현재까지 영미의 연구보고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영역에서 드라마테라피에 대한 효용성 검증이 이루어진 바 있다: 다양한 정신보건 영역에서 증상의 완화, 교정시설에서 대상자들의 변화, 사회취약지역에서 아동 청소년의 학교적응 강화, 집단따돌림 가해/피해 대상자들의 정서행동의 변화, 공격성의 완화, 부모와 자녀의 관계 개선, 지적장애/발달장애 대상의 사회성 및 의사소통의 향상,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근의 예방과 경감, 치매노인의 자신감/자존감/사회기술의 향상, 지역사회 내 스트레스 예방, 직무스트레스 완화, 이주민의 정서지원을 통한 지역사회 통합 등.”

3.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의 힘이 연극 어디에 있는 것일까? 모든 예술이 그러하듯, 심(心)과 물(物)의 상호 변환과 영향이 그 가장 중요한 바탕이 될 것이다. 마음이 몸에 영향을 주듯, 몸을 인식하고 몸을 바꾸며 마음이 영향을 받게 되고, 마음을 물체에 담아 표현하면서 마음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과정을 통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이야기와 가면과 의상과 역할과 오브제가 우리의 마음을 담아 형상화되고 이 형상에 담긴 질료는 우리에게 또 다른 말을 걸게 되는 것이다. ‘극적 투사’라고 명명된 이 치유적 원리는 ‘미학적 거리두기’를 통해 우리에게 깨달음을 주게 된다.”

4. “스리랑카에서 쓰나미 직후 외상 후 스트레스 치료를 하고 있던 나는 해일의 잔해 속에서 시체놀이를 하고 있던 아이들에게 그 잔해를 가지고 인형작업을 시도 했다. 쓰나미로 부모를 잃은 인형을 만든 아이는 스스로 연극의 연출 역할을 하면서 즉흥극을 만들어 가게 되었다. 다른 친구들이 부모를 구해준다며 물 속에 뛰어 들었을 때, 주인공은 구할 수 없다고 말한다. 부모님은 좋은 분이셔서 극락에 갔다는 것이다. 이어서 아이들은 상상력을 동원해 양 벽에 여러 겹의 끈을 이어두고 신발과 종이 등등을 역어 망자들이 있는 극락을 연출한다. 그리곤 ‘Welcome to heaven’을 외친다. 연출을 하던 아동은 주인공 인형의 역할을 하며 돌아가신 부모님을 만나 일상에서 하지 못했던 만남을 가졌다. … 치료사로서 난 한 번도 쓰나미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라던가, 희망을 가지라던가 하는 말을 한 적이 없다. 연극 속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연극 속에서 힘을 얻고 깨달음을 얻었던 것이다.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하며 필요한 탐색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고, 그 안에서 스스로 답을 얻어 가는 과정을 지탱해주는 것이다.”

_ 한명희(영국 국가공인 드라마테라피스트), 웹진 아르코 15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