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거주의 공간이다. ‘500만원 * 12개월 * 20년 = 12억’이란 간명한 산술의 대가는 무엇인가. 그것은 가족과 사명과 목숨이다. “학숙” 생활은 어쩌면 도전이 아닌 소생이다. 유학을 재고한다.

“몽골에 돌아와서 월세로 살던 아파트에 다시 들어갔다. 아파트의 엘리베이터가 벌써 10개월이나 지났지만 아직까지 고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9층 건물에 우리 집이 있는 8층까지, 이제 막 돌이 되어가는 아기를 안고 또 짐을 바리바리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이 처음에는 고역처럼 느껴졌다. … 주님의 말씀을 불빛 삼아 나의 한 걸음 한 걸음을 비추듯 자주 꺼지는 휴대폰 불빛을 다시 밝혀가면서 그렇게 계단을 올라갔다. 다른 한 손은 여전히 동연이의 손을 잡아 호주머니에 넣은 채. 아이의 손에서 온기가 전해졌다. 어두워서 층수를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금세 8층에 다다랐다. 문을 열기 전 나는 왠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아이와 같이 좀 더 걸었으면 좋겠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전에 혼자 짐을 들고 올라다닐 때 8층은 멀게만 느껴졌는데, 아이와 같이 걷는 동안 8층은 너무 가까웠다. 하지만 이제 문을 열면 따뜻하고 밝은 집에서 가족들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줄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공간에서 새로운 교제와 교류와 소통이 시작될 것이다.”(이용규, 2010: 253~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