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사회학의 강점은 인적자원이 부족한 데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미국과 달리 영국의 사회학자들은 조교를 많이 동원할 수가 없다. 따라서 대규모의 경험적 연구조사를 하지 못한다. 따라서 어떤 측면에서는 이론적인 연구를 하도록 강제 당한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이론은 대개 그 설명 범위가 제한되어 있는데, 이는 영국 경험론의 영향 때문이다. 물론 이론적 연구를 하도록 강제 당한다고 이론을 잘 하리라는 법은 없는데, 영국 사회학이 이론적으로 꽤 성공적이었던 까닭은 그래머 스쿨(Grammar School)이라는 교육시스템 덕택이다. 영국의 중등교육 제도는 계급구조를 모델로 하고 있는데, 최상위권에 실제로는 사립 퍼블릭 스쿨이 있고, 그 아래로 상위 10퍼센트까지는 사회의 리더가 되도록 교육을 제공한다(그리고 11~15퍼센트를 기술자로, 노동자는 50퍼센트 이상으로 생각하고 전체 교육시스템을 운영한다). 퍼블릭스쿨 외의 나머지 엘리트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공립 그래머 스쿨인데, 여기에는 일부 노동계급 출신 아이들도 들어갈 수 있다. 여기서는 주로 사고력 강화에 교육의 초점을 맞추는데, 예를 들면 주어진 글을 1/5로 축약하는 훈련을 한다고 한다. 이를 잘하기 위해서는 글을 잘 이해하고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글쓰기를 해야 하므로 이는 독해력과 문장력을 길러준다. … 한 가지 재미있는 예를 들자면 지도교수님은 독일 정치사회학자 클라우스 오페(Claus Offe)의 글이 챕터로 실리는 책을 편집한 적이 있는데, 글이 지나치게 길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것을 절반으로 줄여 오페한테 보냈는데, 오페는 내용이 하나도 변한게 없다고 했다더라. 이는 지도교수님이 그래머 스쿨에서 배운 기술 덕분이라고 한다. 독일은 가능한한 글을 길게 쓰는 분위기인데 반대로 영국은 간결한 글쓰기를 강조한다. 지도교수님은 자신의 저서 The Future of the Capitalist State(2002)를 쓸 때 인용한 책들을 보통 단 세줄로 요약했는데, 이 또한 그래머 스쿨에서 배운 기술이라고. 하지만 내가 그래서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자, 옆에 있던 지도교수님의 사모님께서 말씀하시길, 그래서 ‘신화가 만들어진다’나.”(pepemora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