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의 가장 중요한 철학적 목표는 ‘니힐리즘의 자기극복’이었다. 니체가 니힐리즘이라고 부르는 것은 ‘세상 모든 것이 헛되다’라고 탄식하는 단순한 허무의식이 아니라, 현실의 세계 자체를 적극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현실 너머의 ‘진짜 세계’, ‘초월적 본질’을 찾는 모든 본질주의적 사고방식을 가리키는 말이다. 예컨대 현세 부정의 전통적 니힐리즘이나, 현실 세계를 관통하는 어떤 법칙에 매달리고 화폐를 맹목적으로 숭배하는 현대의 니힐리즘을 니체는 극복해야 할 ‘질병’이라고 규정했다.

그 질병을 극복하려는 과정에서 니체가 발견한 개념이 ‘힘에의 의지’이다. 이 세계는 곧 시작도 끝도 없는 거대한 힘이며, 힘들과 힘의 파동의 놀이로서 하나이자 동시에 다수이고, 자기 안에서 휘몰아치며 밀려드는 힘들의 바다이며, 영원히 변화하며 영원히 되돌아오고, 어떤 포만이나 권태나 피로도 모르는 생성이다. 영원한 자기창조와 영원한 자기파괴의 세계가 ‘힘에의 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