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사람이라는 건 한국 사회에서 유리한 조건이 아닙니다. 때에 따라선 결정적으로 불리한 조건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 것을 모를 리 없는 전주고 출신 사람들이, ‘호남 차별’에 대해 분노하고 불평하는 전주고 출신 사람들이 ‘나머지 고등학교’ 출신 사람들을 차갑게 대하는 걸 보면, 역겨움 비슷한 게 생깁니다. 역겨움은 윤리적 판단이 아니라 미적 판단입니다. 악한 사람이라기보다 못생긴 사람, 못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거지요(고종석).”

“부르디외는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데에 반감 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가 재미있다. 음악에 관한 담론은 가장 인기 있는 지적 과시의 기회 가운데 하나가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음악에 관해 말하는 것은 자신의 교양의 폭과 해박성을 표현하는 훌륭한 기회인데, 그는 그것이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음악에 대한 기호만큼 그 사람의 ‘계급’을 확인시켜 주는 것도 없으며, 또한 그것만큼 확실한 분류 기준도 없다고 하는 그의 주장은 귀담아 들을 만 하다. 한 개인의 기호 또는 취향이 그토록 많은 것을 폭로할 수 있는 것인지 의아하게 생각할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르디외는 미적으로 편협하다는 것은 가공할 폭력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기호는 혐오와 분리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다른 삶의 양식에 대한 혐오는 계급 사이의 가장 두터운 장벽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부르디외가 보기에, 우리가 예술작품에 대해 취하는 태도는 미학적 느낌의 자발적 결과가 아니라, 교육과정의 사회적 산물이다. 거기서 미적 판단은 계급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강준만).”

“… 정치가 국민적 냉소와 혐오의 대상이 되면서도 계속 성장산업으로 클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제도/조직의 권위와 후광효과]에 있을 게다. … 일상적 삶의 영역에서도 권력지향적인 사람을 유능하다고 보는 게 아니라 추하다고 보는 심성을 가꿔 나가야 한다(강준만).”